[통신, 위대한 산업을 향해]<2>세상을 바꾸다(하)통신 그 이상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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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홍진영(가명)씨의 요금명세서

정보분석 업무를 진행하는 직장인 홍진경(28세·여.가명)씨는 늘 인터넷과 휴대폰과 붙어 지낸다. 새벽 6시 휴대폰 모닝콜로 잠을 깬 홍씨는 휴대폰에서 다운로드한 음악서비스를 들으면서 40분쯤 러닝머신을 달린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한 아침식사 대용 샐러드를 먹은 후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7시반쯤 출근을 하려니 산뜻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커피프린스1호점에서 배우 이선균이 부른 벨소리로 바꿨더니 꽤나 듣기가 좋다. 전화를 받으니 오늘 저녁 약속장소를 어디로 하면 좋겠냐며 물어오는 친구. 내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라고 큰소리쳤다. 즐겨찾는 맛집 사이트가 있어 든든하다. 막히는 출근길. 휴대폰 교통정보와 빠른 길찾기로 무사히 출근시간내 도착한 후 경제연구소와 여론조사 사이트를 오가며 하루종일 정보분석 업무에 열중한 홍씨. 아뿔싸. 카드값을 미리 통장에 넣어두지 않은게 생각났다. 그러나 무슨 걱정. 폰뱅킹으로 단 30초만에 이체 완료. 퇴근후 지하철에서 DMB로 연예오락 프로를 즐기다가 보니 어느새 약속장소. 친구들에게 좋은 맛집이라며 칭찬을 받고 한참동안 수다를 떨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잠자리 들기전 컴퓨터와 휴대폰을 그윽한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니들 없으면 어떻게 사니∼”

홍씨의 일상은 특별한게 아니다. 대한민국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홍씨처럼 인터넷과 휴대폰을 일상적으로 즐긴다. 이처럼 24시간 접하는 통신서비스는 이제 다른 사람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완전히 넘어섰다. 위에서 보듯이 통신은 정보영역, 문화영역, 교제영역, 금융대체 영역까지 급속하게 파고들었다.

◇ 다른 산업의 기회비용 대체=이통 서비스 가운데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3사는 휴대폰을 통해 통화서비스 및 SMS 뿐만아니라 모바일 음악서비스, 만화 및 영상, 게임, 텔레매틱스, 금융서비스, M커머스, 정보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음성·영상통화와 SMS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라면 나머지는 비통신 영역이다. 다운로드 음악이나 벨소리·컬러링은 통신이 아닌 문화영역으로 봐야한다. 레코드나 CD를 사서 듣던 구매·감상 행태를 단지 휴대폰이나 PC로 듣는 것 뿐이기 때문. 뉴스검색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얻던 정보영역을 통신이 수용한 것이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 휴대폰 소액결제 역시 금융사가 해야할 업무를 통신이 대행해주는 개념이다.

즉 기존 방식으로 했으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을 통신이 전국민 속으로 파고들면서 저렴하게, 편리하게 변화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통신이 다른 산업과 다른 삶의 기회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앉는 상황이 된 것이다. 통신이 제공하는 스쿨케어, 치매노인 보호, 긴급 헌혈서비스 등 사회안전망 서비스는 아예 국가가 예산을 거둬 실행해야하는 부분을 일부 대체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통신비용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통신위상이 이처럼 전통적인 통화영역에서 넘어섰지만 사회적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통신요금에 대한 몇가지 오해가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 그러나 이 가운데 2∼3조원은 통신이 아닌 다른 기회비용을 대체하면서 창출된 매출이다. 즉 음악·게임·영상·뉴스 등 무선인터넷 관련 매출 2조원 가량은 문화비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의 경우도 2006년 매출 10조5000억원 가운데 타 산업관련 지출항목이 10% 수준인 1조원에 이른다. 소액결제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거둬들인 수수료 등도 업체별로 수백억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월평균 1인당 이통요금 43달러(메릴린치 2007년 6월 자료)에서 이 부분만 반영해도 실제 통신 비용은 38∼39달러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다 매월 휴대폰 고지서를 통해 나오는 단말기 할부금이나 소액결제 비용은 가입자당 매출(ARPU)에 포함되지는 않는다해도 이용자의 체감도에는 반영이 된다. 김형진 메릴린치 상무는 “아직 통신요금의 성격이 변한 것을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설득하려는 사업자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한다. 통신서비스에 대한 관점과 통신비용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은 이동통신 서비스

 “부산이요.” 택시에 올라탄 나강도씨. 마음이 불안하다. 막 강도짓을 하고 도망가는 길이다. 다행히 경찰이 즉각 추격해오지는 않아 복잡한 부산까지만 도망가면 당분간 숨어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택시가 멈춘 곳은 근처 경찰 지구대 앞, 순식간에 경찰들이 몰려와 나씨를 검거해버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경찰청과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모바일 메시지 캅’ 덕분이다. 강도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112 상황실에서 해당 지역 ‘모바일 메시지 캅’ 회원인 경찰관, 자율방범대, 경비원, 택시 기사 수백 명에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송신했고 그 중 하나에 나씨가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전국적으로 6만 5000여 명의 회원이 참여중인 ‘모바일 메시지 캅’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국민 대부분이 언제나 휴대하고 위치기반서비스(LBS)가 가능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특성은 전통적인 사회안전망 개념을 크게 바꿔버렸다.

재난 구호 서비스도 이동통신을 만나 진화했다. 이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이 119에 전화를 걸고도 심각한 부상 등으로 현재 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위치 정보가 119에 전송되므로 신속 대응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는 긴급재난정보 서비스 역시 휴대폰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야기되는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해외에서는 외교통상부의 해외위급특보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안전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바일 헌혈 역시 마찬가지다. 긴급 수혈 환자가 발생할 경우 헌혈 참여 의사를 미리 밝힌 휴대폰 이용자 중 인접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가까운 헌혈 장소까지 알려줌으로써 발빠른 혈액 수급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바일 미아 찾기 서비스와 자신이 보유한 고객 포인트를 활용하는 모바일 기부 서비스, 긴급상황시 통역 서비스, 최근 시작된 24시간 청소년 모바일 상담 서비스까지, 사회안전망으로서 이동통신 서비스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갈 전망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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