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준비해온 로봇윤리헌장 초안이 이번주 발표된다는 소식이다. 정부차원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규정한 세계 최초의 헌장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표해 왔다. 초안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봇을 인간과 대등한 윤리적 주체로 인정하고 로봇제조자와 사용자의 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는 향후 로봇관련 법률을 제정할 때 로봇윤리헌장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강제성이 없고 선언적 의미라고 해도 로봇윤리헌장이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충분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 등 로봇선진국은 지난 70년대 말부터 로봇기술의 발전이 야기할 윤리문제를 꾸준히 연구해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로봇윤리헌장을 발표한 배경은 인간과 로봇 간의 윤리문제보다는 로봇산업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차피 학계의 자발적 연구가 아니라 로봇주무부처의 작품이란 점을 고려하면 로봇윤리헌장은 태생적으로 대국민 정책홍보 도구의 성격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로봇윤리헌장의 각 조항에 대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불가침의 원칙처럼 지나친 권위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누구나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듯이 로봇윤리헌장도 관심있는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방향을 틀 수 있는 여유를 항시 남겨둬야 한다. 우리나라의 일천한 로봇윤리 연구수준을 감안할 때 로봇윤리헌장 초안에 담을 수 있는 내용과 사고의 깊이가 충분하지 못할 것이기에 당부하는 말이다.
로봇윤리헌장의 가장 큰 의미는 내용의 완성도가 아니라 로봇문화의 변방 한국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데서 찾아야 한다. 감성을 갖춘 로봇을 사람처럼 대해야 할지 혹은 그럴 필요가 없는지 밤새워 토론하는 네티즌의 집단학습이 거듭될수록 우리나라의 로봇문화는 놀랍도록 풍성해질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로봇윤리헌장을 달달 외우게 할지는 그다음에 검토할 일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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