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는 케이블 채널들이 적은 제작 비용으로 손쉽게 시청자를 모을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으로 시청자의 눈길 붙잡기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내용을 보면 불륜·이혼·치정 등 선정적 소재를 바탕으로 실제 현실을 훔쳐보는 듯한 이른바 ‘페이크(fake)’나 재연 형태를 앞세운 프로그램 일색이어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26일 케이블업계에 따르면 이들 프로그램들은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연 배우를 기용,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거친 현실감을 느끼게 하며 인기를 얻고 있으나 △우후죽순 격의 유사 프로그램 등장 △프로그램의 선정화 등이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소재 및 취재 경쟁도 치열해졌다.
◇재연 프로 우후죽순=지난 1월 시작한 tvN의 ‘독고영재의 스캔들’이 논란 속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올리면서 최근 주요 케이블 채널들이 잇달아 비슷한 유형의 재연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다.
e채널의 ‘블라인드스토리 주홍글씨’를 비롯해 YTN미디어의 ‘조민기의 데미지’, 채널CGV의 ‘파경’ 등이 최근 연이어 전파를 탔다. ‘블라인드스토리’가 ‘독고영재의 스캔들’과, ‘파경’이 ‘사랑과 전쟁’과 각각 유사한 재연 드라마라면 ‘조민기의 데미지’는 토크쇼 형식으로 구성, 재연 배우들이 토크쇼에 출연한 일반인처럼 연기하는 형태다.
‘위자료 청구소송’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부부나 연인들의 사연을 토크쇼 중간에 재연 형식으로 보여준다. 반면 Q채널의 ‘리얼다큐 천일야화’, tvN의 ‘리얼스토리 묘’ 등은 사회 풍속을 보여줄 수 있는 현장에 실제 제작진이 파고들어가는 다큐멘터리.
◇저비용·고시청률 매력=케이블 방송사들이 이렇게 다큐 형태의 오락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는 이유는 차별화된 소재를 적은 비용으로 제작,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 제작 역량이 한정된 케이블사들도 무명 배우나 소수 연예인들만 기용, 편당 2000만∼3000만원으로 만들 수 있다. 반면 시청률은 ‘독고영재의 스캔들’이 평균 3%대를 기록하는 것을 비롯, 대부분 케이블로선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1%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Q채널 최호룡 본부장은 “시청률을 위해 교양이 아니라 ‘쇼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며 “지상파와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인식 흐려져=케이블업계의 관계자들은 “선정적·말초적인 내용들로 방송이 채워지면서 케이블 자체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도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상황만을 방송한다는 ‘리얼스토리 묘’ 제작진이 최근 방송한 ‘지하철 성추행범’ 편이 조작임이 드러나 공개사과한 것은 선정적 소재 경쟁의 결과로 지적됐다.
OCN의 ‘키드갱’이나 tvN의 ‘위대한 캣츠비’ 등 많은 투자를 한 정극 드라마들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재연 프로그램들에만 제작이 몰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방송위원회 심의2부 권희수차장은 “재연은 방송 제작의 한 기법으로 인정하나 이를 시청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시청자 고지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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