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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기 전문업체인 쏠리테크의 연구원들이 간섭신호제거(ICS) 중계기와 와이브로 중계기의 RF특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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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인터넷(와이브로), 3세대 이동통신(WCDMA) 등 전 세계적인 차세대 통신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중계기 업계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양호한 무선통신 품질을 유지하려면 기지국당 평균 4대 이상의 외부 중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쏠리테크(대표 정준 www.st.co.kr)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 회사는 CDMA·WCDMA 등 이동통신 및 와이브로 중계기와 위성·지상파 DMB용 갭필러 제품군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계기 업체다. 지난해엔 국내 중계기 업체 중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우연한 진출에서 성공=지난 99년을 시작으로 국내 중계기 시장에서 매년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할 정도지만 이 회사의 중계기 시장 진출은 우연하게 이뤄졌다. 98년 창업 즈음 한 통신사업자가 당시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던 광분산 인빌딩 중계기를 해외에서 수입하려다 무산되자 신생 벤처인 쏠리테크에 개발을 요청했던 것. 히타치 중앙연구소, KT연구개발본부 등에서 광통신을 연구하던 정 사장은 중계기 관련 경험이 없었지만 약 1년 반에 걸쳐 개발을 완료하고 첫 공급 사례를 만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SDR 기반 디지털 중계기, 와이브로 광중계기, 간섭신호제거(ICS) 중계기 등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통신사업자에 제안했다. 쏠리테크는 다양한 중계기 제품군을 무기로 SK텔레콤·KTF·KT·TU미디어 등 이동통신, 휴대이동방송 및 휴대인터넷 주요 사업자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국내 최대·최고의 중계기 전문업체’라는 수식어가 쏠리테크로선 부담스럽다. 통신장비업체는 해마다 주요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실적이 갈리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매출도 통신사업자의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WCDMA 망 투자 감소로 작년 동기(643억원)보다 15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정 사장은 “업계 특성상 분기별 매출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쏠리테크는 다양한 해외 고객사 유치를 해법으로 본다. 전 세계에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면 일부 고객이 네트워크 투자를 줄여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하반기엔 세계 시장에 영업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유럽·남미·중국·일본 등지의 다양한 통신사업자와 접촉 중으로 연내 수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경쟁력 확보는 기본이다. 퀄컴이 주도하는 휴대이동방송 방식인 미디어플로용 중계기, 4G 표준 기술로 불리는 멀티 홉 릴레이(Multi-hop Relay)를 적용한 차세대 와이브로 통신장비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도 적극 추진=쏠리테크는 여러 신사업 영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작년 4월 국내 PCB 기판 절단장비 업계 1위인 ‘네오티스’ 지분 36.25%를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네오티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이다.

 정 사장은 “네오티스가 기존 쏠리테크 사업 영역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판단해 지분을 인수했다며 당초 예상한 것 보다 두 배 이상의 가치 성장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휴대인터넷(WiBro/Mobile Wimax) 모뎀 칩. 약 2년 전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아미커스(Amicus Wireless Technology)’에서 연구 중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해 주목받기도 했다. 오는 12월 1세대 휴대인터넷 장비보다 성능·속도·용량이 향상된 ‘웨이브2’ 샘플 칩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모뎀 칩은 모든 단말기의 필수 부품”이라며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경쟁도 매우 치열한 부문이라 내년 1분기가 지나기까지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쏠리테크는 상반기의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극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작년(1225억원)에 이어 올해 매출 130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WCDMA 중계기의 경우 국내에서는 통신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추가 투자분 발생이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통신장비시장 성장도 쏠리테크의 해외 진출에 희망적이다. 휴대인터넷 부분도 서울 및 수도권 상용서비스 실시와 전국망 확충 영향으로 추가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용비용(OPEX)이 낮은 새로운 중계기를 개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사업 전략도 야심차다. 유럽·미국 등 전략지역에서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유럽 ‘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RoHS)’에 대응해 제품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오는 2010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는 게 목표다.

 쏠리테크의 포부는 오는 2010년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함으로써 통신·방송용 중계기 등 통신장비 분야 ‘넘버원’ 기업이 되는 것이다. 정준 사장은 “쏠리테크는 통신장비에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쏠리테크 정준 사장 일문일답

 -중계기 업체 1위를 지키는 비결은.

 ▲한때 국내 중계기 업체가 80여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이통사별로 주요 중계기 공급 업체는 3∼5개에 불과하다. 새로운 중계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통신사업자에게 제안함으로써 경쟁을 헤쳐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중계기를 개발해왔다. 기술적으로 통신사업자에 상당 부분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불량률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설립 7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상장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장이 기업 성공의 잣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단순히 상장 요건을 만족시킨다고 상장해선 안 된다. 이후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지 명확한 계획을 세운 후에 상장해야 한다. 해외 벤처기업은 실패하던 성공하던 명확한 비전을 세운 후 상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상장만을 위한 상장도 꽤 있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통신사업자 투자규모에 실적이 좌우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계기 업체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업계 특성 때문에 매출 목표 등을 세우기가 힘들고 분기별 매출 실적도 큰 의미가 없다. 생산 시설도 발주가 폭증할 때에 맞추기도 곤란하고 주문이 아주 없을 때에 맞춰서도 안 된다. 기업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다양한 고객층도 있어야 한다. 그래도 명백한 기술기반 사업이기 때문에 기술이건 가격이건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를 확실하게 확보한다면 그만큼 빨리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아미커스가 당초 계획대로 와이브로 모뎀 칩을 개발 중이다. PCB 절삭 공구업체인 네오티스의 성과도 좋다. 하지만 통신장비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 고객도 늘리고 신장비도 개발할 것이다.

 -그간 쏠리테크를 운영해 온 원칙이 있다면.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사업에 꼼수를 쓰지 말고 정석대로 하자는 게 같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또 어떤 일을 하기로 했으면 직업정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아예 안 하면 모를까 이왕 할 바에는 가장 잘하자는 생각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