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굴기, 강대국의 조건1∼4
CCTV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제작진 지음, ag 펴냄
‘세계는 거대한 무대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이 무대 위의 이야기는 언제나 강대국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국을 향한 중국의 탐사가 시작됐다. ‘대국굴기, 강대국의 조건’은 중국의 진지한 야심을 실감나게 하는 책이다. 책 전제부터가 강대국론이다. CCTV 사장이 쓴 서문은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세계사는 강대국이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 책은 중국 공영방송 CCTV가 15세기 이후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9개국의 발자취와 전 세계 석학 100명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대국굴기’와 동시에 기획돼 출판된 것이다. 다큐멘터리 방영 당시 중국 대륙은 우리도 초강국이 될 수 있다며 열광했고 전 세계는 이러한 중국의 흥분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이 진정한 대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은 섣부른 감정과 사상을 섞지 않았다. 유물사관에 바탕한 사회주의 사상으로 자본주의를 배척하거나, 고구려도 우리나라 역사라는 막가파식 중화사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프랑스·독일·일본·러시아·미국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국들이 각각 어떻게 굴기(산처럼 솟구치며 일어남)했는지, 당시 국내외 정세·문화·사상·제도·산업·과학·교육·인물·역사적 사건을 냉철한 시각으로 따라간다.
중국 관점에서는 파격적일 정도로 자본주의 제도의 장점과 속성도 가감 없이 다룬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등 석학 인터뷰에선 강대국 탄생 비법을 얻어보기 위한 실사구시적 노력이 묻어난다.
이 책이 발견한 강대국의 조건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세계를 호령했던 어떤 강대국도 결코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국토가 좁고 바닷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또 다른 별명은 ‘작은 구멍가게’다. 독일은 1870년까지 35개의 군주국과 4개의 자유시로 분열된 국가 진화가 더딘 나라였다. 일본의 문명화는 미국과의 불평등 강화조약에서 시작됐고,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이민자가 세운 나라에 불과했다.
이들의 운명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차세대 패러다임을 선점함으로써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개방 정책을 통해 국부를 쌓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엔리케 왕자의 진두지휘로 인도로 가는 신항로를 개척하고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콜럼버스는 미국을 발견함으로써 해양 패권을 둘러싼 두 나라의 기 싸움은 정점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청어잡이를 통한 해상 무역을 통해 부를 쌓았다. 이후 네덜란드 거상은 비즈니스맨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연방공화국과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탄생시켰다.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현대 사회의 전형을 완성하고 최초의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
1871년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외교 수완과 지도력으로 통일 국가를 이룩한 독일은 교육과 과학에 기반을 둔 정책을 통해 제2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선다. 일본은 외세의 압력을 국가 내부 변혁의 원동력으로 삼아 아시아 다른 국가보다 한발 앞서 문호를 개방하고 메이지유신 시대를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한 미국은 중앙정부의 힘과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을 적절히 활용해 230년의 짧은 역사만으로도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영원한 강대국도 없다는 또 하나의 결론도 내놓는다. 다큐멘터리 ‘대국굴기’가 대국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부분에만 초첨을 맞춘 데 비해, 도서 시리즈 ‘대국굴기’는 대국의 쇠락은 어떻게 찾아오며 최후의 몰락은 어떠한지 끝까지 조명한다.
각권 1만40000원∼1만8000원.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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