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SW산업 청사진은 매우 밝다. 금세라도 SW를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태세다. SW는 청년실업 해소는 물론이고 차세대 성장산업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인력 수급의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코딩 등 단순 작업의 SW 개발자는 넘쳐나지만 고급 아키텍트는 현저하게 부족하다. 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SW산업이 어렵고 돈이 안 되자 대학과 학생이 기피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SW 강국은 커녕 SW산업이 뿌리 채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력문제가 SW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SW 개발 주역을 배출할 대학이 SW분야를 기피하고 교육 시스템도 후진적이다. SW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교육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W학과가 줄어든다=SW 개발 인력을 양성할 대학이 사라지고 있다. SW산업에 대한 비전을 찾지 못한 학생이 SW 관련학과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도 S대 컴퓨터공학부의 입학생은 130명이었지만 지금은 6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Y대 역시 130명에서 80명으로 축소됐으며 K대도 13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 MIT 전기컴퓨터대학의 학생 정원이 1155명, 텍사스오스틴대 400명, 위스콘신대 1050명 등으로 타과에 비해 월등히 정원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Y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SW업체에 취직한 선배가 밥먹듯이 야근하면서도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산다는 것을 학생이 잘 알고 있다”며 “대학에서 SW를 외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SW 전공 개발자가 늘어날리 만무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SW 전공 졸업생은 지난 2002년부터 매년 1만8000여명 정도며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SW업계의 인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SW업계는 지난 2005년 3.1% 가량 SW 개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는 6.1%로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SW컴포넌트컨소시엄의 예측에 따르면 SW 분석설계가 가능한 기술 인력에 대한 국내 수요는 내년에 2만2000명에 달하고 CBD 등 고급 설계 기술자 수요도 3000명 가량 필요하지만 현재 업계가 추산한 분석설계 기술 인력과 고급 설계 기술자 수는 많게 잡아도 수요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 이 분야에서만 전문 인력 약 1만1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학 10년 느리다”=기업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진다. 국내 대표적인 SW업체 T사 관계자는 “SW 개발자 신입사원을 채용해보면 깜짝 놀란다”며 “IT 흐름은 굉장히 빨리 흘러가는데 학생은 과거 트렌드만을 공부해 입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계와 대학과의 간극이 10년 이상은 나 보인다”며 “신입 개발자에게 이론과 실무 교육을 몇개월 이상 별도로 시킨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교육 시스템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이 많다. 대학은 시장이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지 못하고 학생은 이를 외면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2년만 지나도 교육 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SW에 대해 실습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SW업체 K사 사장은 “대학에 SW를 집대성한 책 한권이 없다”며 “교수도 현장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학이 아예 전공자를 배출하지 않아 개발자를 뽑을 때마다 애를 먹는 업체들도 많다.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업체 큐브리드 강태헌 사장은 “대학이 애플리케이션에만 집중해 DBMS와 같은 시스템 SW는 개발자는 아예 배출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대학의 교육 수준도 문제지만 SW 교육의 폭도 하루빨리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과제 역시 투입되는 연구비에 대한 보상이 적고 잦은 간섭 등을 이유로 대학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인도의 경우 산업체의 요구를 수용한 SW 관련 50개 과목을 지정하고 대학이 이를 위한 강의용 자료를 개발, 전국에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에 비하면 미래 SW 개발자를 양성해야 할 국내 대학의 SW 교육 관련 정책과 환경은 한마디로 위기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해법은 없나=전문가들은 SW 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산·학 협동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계의 흐름을 대학 커리큘럼과 접목해 대학 졸업자를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은 “SW업체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며 “산·학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적극 지원하면 인력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의 이론 중심 교육을 실무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티맥스소프트 인사담당자는 “우수 인력이 SW 관련 학과를 기피하는 환경에서 대학 교육마저 이론 지향으로 이뤄져 우수 인력 배출 자체가 어렵다”며 “대학이 산업계의 흐름을 쫒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기고-IT서비스 전문인력 양성 어디까지 왔나
: 정인석 액센츄어 ATS 상무 in-suk.chung@accenture.com
한국은 IT산업의 강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만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해외의 많은 전문가도 한국을 IT산업의 강국으로 인정한다. 불과 몇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잘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IT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이룩해낸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IT분야 특히 SI와 같은 IT서비스분야에선 아시아에서는 인도·중국·필리핀, 유럽에서는 아일랜드와 같은 신흥 IT 강국이 전 세계 IT서비스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 나라는 국가적인 지원 아래 장기적인 IT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의 IT 인력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시장에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여왔다. 특히 인도·중국과 같은 나라는 값싼 인건비와 풍부하고 우수한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세계 IT시장에서 주도적인 세력으로 등장했다. 많은 다국적기업의 R&D센터 및 데이터 센터가 인도와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특히 오프쇼어 아웃소싱의 경우 중국과 인도가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먼저 IT서비스분야의 가능성에 눈떴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을까. 대한민국 IT서비스산업에는 삼성전자 등 걸출한 기업을 위한 최고의 사례로 인정받는 프로젝트를 수행해낸 전문인력이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늦게 출발한 인도의 IT 컨설턴트가 먼저 세계 시장을 누비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의 장벽만을 그 이유로 보기엔 너무 안이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잘 구축된 IT 인프라와 누구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인력이 한국에 있다. 이제 현재를 뛰어넘는 지식 및 정보 집약적인 고부가가치 IT 비즈니스에 주력해야 한국이 IT 강국의 위치를 유지함은 물론 세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IT서비스산업의 자산은 IT 전문 인력 자체다. 한국의 많은 SI회사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자사 인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가 실시하는 교육에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보통 직무 수행을 위한 개인별 직무 교육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직무 교육과 실무를 경험하면서 개별 인력은 해당 직무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문제는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선 인력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관리자 단계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전문 지식과 관련이 없는 순수한 관리 업무를 하거나 전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직무 교육이 퇴색되고 장기적인 교육 투자의 효과가 감소하게 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그래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교육 시스템의 개발은 경쟁력 유지의 핵심 요소이자 SI회사가 안고 있는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 IT서비스가 인도나 중국 IT 인력의 수준을 넘어서려면 교육은 단순한 직무 위주의 스킬셋 교육뿐만 아니라 자신의 핵심 역량과 연계돼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육의 핵심 모델로서 해당분야 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키움과 동시에 연관 분야에 대한 시각의 확대, 특히 비즈니스적인 관리 감각을 넓게 키워주는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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