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TV시장은 역시 거칠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연속 6분기 1위를 차지, 왕좌를 거머쥐었지만 정작 핵심 시장 중 하나인 북미 LCD TV 시장에서는 한 중소기업에 1위 자리를 내주는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북미(미국·캐나다 등) LCD TV시장에서 대만계 미국 중소기업인 비지오가 삼성전자와 소니 등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60만6400여대의 LCD TV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4.5%로 1위를 기록했다. 전분기인 1분기와 비교할 때 판매량은 76%가 성장했으며, 점유율도 5.1%포인트가 올라 5위에서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 46만7200여대를 판매했으나 비지오의 실적을 따라잡기는 어려워 2위로 내려 앉았다. 소니 역시 삼성과 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비지오의 공세에 판매량이 25만대까지 급감하면서 6위로 떨어졌다.
매출에서도 비지오의 돌풍은 나타났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비지오의 2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은 13.1%까지 1위인 삼성전자의 13.3%까지 바짝 따라잡았다. 소니는 11.7%로 3위로 하락했다.
비지오의 이 같은 급성장 요인에 대해 IT전문매체 C넷은 유통 전략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드히 파텔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비지오는 2분기가 시작되자마자 월마트·시어스·K마트·서킷시티 등 대형 유통점에 거래를 트는데 성공했다”면서 “소비자들은 1000달러에 32인치 브랜드 TV를 사지 않고 비지오의 47인치 TV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비지오의 CEO 윌리엄 왕은 C넷과의 인터뷰서 “우리는 (소니·삼성에게) 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며 “내달부터는 NFL(내셔널풋볼리그) 시즌 개막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 판촉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후나이 등 저가 LCD TV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 이벤트성 물량을 풀면서 일시적으로 분기별 판매대수에서 앞지른 적이 있다”면서 “비지오도 그런 경우로 보고 있어 크게 게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적 관점에서 봐서는 결국 소니 등 주요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를 얼마나 넓히느냐와 풀HD급 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비지오가 3분기에도 삼성과 소니의 반격을 물리치고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지연·윤건일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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