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와 KBS의 갈등이 첨예하다. 지난달 정연주 KBS 사장의 ‘케이블TV업계의 공시청설비 훼손’주장으로 불거진 양측의 신경전은 최근 KBS가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방송계를 비난하는 대 시청자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자 한층 고조됐다. 그 근저엔 지상파방송사가 추진하는 지상파 멀티모드서비스(MMS)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려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케이블TV업계, “KBS가 유료방송 폄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오지철)는 20일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KBS가 방영하는 대 시청자 캠페인 광고가 유료방송을 폄하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이 캠페인 광고는 유료방송채널로 추정되는 선정적·폭력적 화면을 보여주면서 화질이 떨어지는 부분에서 ‘유료방송 가입자 중 54%가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깨끗한 지상파 방송만 보기를 원한다’는 자체조사 내용을 자막을 내보내는 내용이다.
협회는 항의공문을 통해 지난 12년 간 지상파 방송을 산간 오지까지 재전송하면서 난시청 해소에 기여해 온 유료방송을 특정 목적을 위해 매도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료방송시장에서 자회사 설립 및 프로그램 재판매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온 KBS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비판했다.
오지철 케이블협회장은 “수신료 인상의 목적달성을 위해 일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케이블TV방송사업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캠페인 방송을 즉각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KBS은 검토는 해보겠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신료프로젝트팀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이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라며 “광고를 중단할만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심은 IPTV와 MMS=케이블업계는 지난달 정연주 사장의 발언으로 KBS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정연주 사장은 수신료 인상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전체 1800만 가구 가운데 80%에 가까운 약 1400만 가구가 유료방송에 가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 공동주택의 공시청설비 약 67%가 활용 불가능하게 됐고, 많은 부분이 케이블방송에 의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업계는 발끈했다. 10여년간 난시청 해결이나 공시청설비 관리를 유료방송망에 아무런 대가 없이 떠맡겼던 KBS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도 않으며 ‘물에서 꺼내주자 봇다리 내놓으라’는 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는 KBS가 최근 IPTV나 MMS와 같이 케이블방송망 이외의 대안이 나오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S가 입장 변화 때문에 태도가 바뀐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적반하장식으로 우리를 매도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참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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