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흠

 물건의 이지러지거나 깨지고 상한 자국을 흠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도 성격이나 언행에서 나타나는 부족한 점을 일컫는다. 흠은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나 있다.

 지난주 행크 에런의 기록을 뛰어넘어 756호째 홈런을 기록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배리 본즈에게도 흠은 있다.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금지약물 파동으로 한때 슬럼프에 빠지긴 했지만 아픔을 딛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역사적으로 결점을 장점으로 바꾼 줄리어스 시저는 자신의 육체적 결함에 월계관을 씌움으로써 보완했다. 구력이 많은 골퍼도 흠은 있다. 백스윙 때 상체를 충분히 비틀지 못하고 손으로만 내리쳐 거리가 나지 않으면 노련미로 극복한다.

 동물 나라에 선거가 있었다. 낙타와 코끼리가 왕으로 출마했다. 낙타는 인내심이 많고 잘 달리므로 왕에 적격자라고 말했고 코끼리는 점잖은 기품과 지도력이 있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원숭이는 두 출마자가 모두 왕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낙타는 목이 길어 보기 싫고 코끼리는 눈이 너무 작아 볼품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결점은 못 보고 남의 흠만 보인 탓이다.

 LCD 모니터 제품에도 흠이 있다. LCD 픽셀을 이루는 트랜지스터의 불량으로 화면에 검은 점이나 하얀 점으로 보이는 것이 불량화소, 즉 흠이다. 이런 불량화소를 둘러싼 소비자 분쟁이 늘고 있다. 큰 마음을 먹고 모니터를 산 소비자는 적은 수의 결점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제조사도 불량화소가 몇 개일 때 결점으로 볼 것인지에 객관적인 보상기준이 없다.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는 결점의 위치가 화면 중앙에 있느냐 주변에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일부 소비자는 물건을 구입하고 제조사와 10일이나 승강이를 한 이후에야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받았다고 한다. 물론 소비자도 제품을 살 때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쓴소리가 몸에 바른 행실을 가져다준다는 교훈과 속담이 있다. ‘네 탓’을 말하기에 앞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지혜와 상대를 배려하는 작은 주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동석 차장·퍼스널팀@전자신문,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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