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달은 IT 관련 국제표준화 회의

 전기·전자·통신분야의 표준을 논하는 국제회의와 세미나가 올 연말까지 잇따라 열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17건의 국제표준화 회의와 세미나 가운데 70%가 넘는 12개가 전기전자·통신 등 IT관련 행사라고 한다. 국제표준회의 및 세미나는 한 나라의 기술과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 행사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홈네트워크 서버 등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으로 제안한 세 가지 기술이 논의될 ‘정보기기 상호접속 총회’가 다음달 3일부터 제주에서 닷새 동안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표준을 주도하지 않고는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또 국제표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단순 제조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국제표준을 외면하면 국내업체가 글로벌 기업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게 글로벌 경쟁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국제표준은 기업생존 차원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상징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열리는 국제 표준회의와 세미나는 IT강국으로 확고한 위상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뿐 아니라 우리가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데 또 다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미국·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은 국제 표준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선진국은 아예 국가 R&D 추진 시 기술 표준화 계획을 계획서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좋은 예가 미 상무성 산하 국가표준기술원(NIST) 주도로 진행 중인 첨단기술계획보조금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은 신기술 개발 단계부터 기술 표준화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EU도 유럽규격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바 있는데, 표준 규격 확립이 산업발전과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민관이 공감하고 있다. 일본도 자국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년 10월 ‘국제표준 종합전략’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일본 정부는 차세대 통신과 생체인증 등 향후 국제표준이 예상되는 분야에 국가 연구자금을 중점 배분하는 한편 국제표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설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중국도 무선랜 규격을 확정하면서 자국 규격이 세계표준이 되도록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표준회의는 무엇보다 글로벌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쉽고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도 지난 2003년부터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이 국제표준에 채택되도록 각종 국제표준회의에 참석하고 행사도 유치하고 있다. 이는 국제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도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행사 참여와 이를 통해 다른 나라를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에 있는 기술 분야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 표준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 우리가 뒤지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부문도 우리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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