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수익률 두자릿수 달성’
이것이 올 상반기 LG전자 휴대폰 단말기 사업의 성적표다. 이를 총괄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난달 31일 단체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수장을 맡고 있는 안승권 본부장은 “이제부터 진짜 어려운 시기”라고 잘라 말하며 “진정한 승부는 시작도 안 된 것”이라고 긴장하기를 주문했다.
안승권 본부장(부사장·50)은 MC연구소장을 거쳐 지난 1월 1일 MC사업본부장으로 취임, 이제 막 7개월째를 넘어선 신임 경영진이다. 올 상반기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성과는 온전히 안 본부장의 성적이다.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와인폰 등 지난해 말부터 주목을 받아온 LG전자의 프리미엄 패밀리 제품들도 모두 안 본부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만하면 뽐낼만도 한데 안 본부장은 ‘성에 안 찬다’고 오히려 정색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갈 길이 멀었습니다. 국내시장에서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1등이 아니면 할말이 없는 법이죠”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경영진들이 위기라고 얘기하는 건 단순히 조직을 긴장시키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본부장은 또한 올 상반기 모토로라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글로벌 시장 순위가 변경된 것이 바로 빠르게 변하는 휴대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만의 컬러를 찾아라=LG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이루고자하는 목표와 방향은 무엇일까. “2010년까지 글로벌 톱 3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LG전자만의 색깔을 찾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초콜릿폰 이후 잇딴 프리미엄 폰 성공작을 통해 ‘디자인’ 부문에서는 LG만의 색깔을 찾았지만 감성, 트랜디, 파격, 소비자 어필 등 다양한 분야를 집대성한 ‘감성코드’에서도 자신만의 특성을 만들어야한다는 게 안 본부장의 설명이다.
“남들이 한 것을 답습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물량만 늘린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가폰만으로도 승부를 걸 수가 없습니다. LG만의 전략과 정책이 필요한 법입니다.” 안 본부장이 꼽는 전략은 ‘디자인+기술’을 선도하는 것이고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쟁에서도 이겨나가야한다는 것이다. 고가폰에서도 성공해야 하고 중저가 제품의 판매량도 늘려야하는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인 전략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최적의 적정점을 찾아야한다는 뜻이다. “ 그것이 바로 전략의 예술, 경영의 예술이라고 봅니다. 물론 쉽지 않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LG전자에도 기회가 있다는 희망이 있는 거지요.” 안 본부장은 ‘전략의 예술’을 얘기할 때 눈이 안보일 정도로 큰 웃음을 웃었다. 한마디로 ‘맥’을 잡았다는 뜻이다. 목표와 전략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전력을 쏟아부으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빠른 결단이 경영자의 역할=오랜 연구소 생활에서 벗어나 사업 전체를 이끄는 사업본부장 자리가 어려울 것 같지만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장도 경영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리를 옮겼다고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시스템을 바꾸는데 노력을 했고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안 본부장은 취임 이후 내부 결제 시간을 단축시켰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스피드 경영을 도입한 것이다. 중간 관리자들의 자율권을 늘려 웬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권을 부여했다. 또, 해외출장이 잦은 본부장에게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e메일이나 전화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보름 정도 시간을 줄이면 최종 생산단계에서는 두세달이 줄어듭니다. 이것도 경쟁력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기획 단계부터 투입 인력도 기존 대비 두세배 늘렸다. “한 제품을 기획할 때 2∼3명이 배치됐지만 올 들어 10여명으로 늘렸고 외부리서치도 동원해 글로벌 동향까지도 함께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가장 큰 변화죠.”
휴대폰 분야에서 의사결정권자가 해야할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결단’이다. “휴대폰을 기획하거나 개발할 때 실무선에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초콜릿폰의 전면 재질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USB 핀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샤인폰의 스크롤바는 무엇을 넣을지 등등입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런 자그마한 것들이 전체 폰의 색깔을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렵습니다. 이런 것들을 빨리 결정해주는 게 경영자의 몫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 내 손을 거쳐야 안심=안 본부장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평균 6∼7개. 개발되고 있는 제품은 대부분 안 본부장의 손을 거친다. “개발단계라 ‘질’이 안 좋은 폰들이죠. 항시 손에 달고 다니면 단점이나 오류가 반드시 걸리게 돼 있습니다.” 연구소장 때부터 인기폰들을 만들어냈던 ‘예리한 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수시로 지하철을 타거나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앞을 나가본다. 샤인폰의 전면에 거울을 차용한 것도 지하철에서 거울을 꺼내보는 여성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다.
여름휴가 하루 전날 기자를 만난 안 본부장은 1박2일 코스로 국내에서 간단하게 보낼 것이라며 “해외사업장 돌아다녔더니 비행기 타기가 지긋지긋해졌습니다”라고 말하고 이미 늦어버린 다음 약속을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약력>
△8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 석사 △9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 박사 △96년 미국 MIT 공대 박사후과정 △2005년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82년 LG전자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82년 LG전자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87년 LG전자 기초연구소 책임연구원 △94년 LG전자 하이미디어신사업개발팀 부장 △95년 미국 MIT미디어랩 객원연구원 △96년 LG전자 전사기술전략팀 부장 △98년 LG전자 미디어통신연구소 소장 △99년 LG전자 기술지원담당 상무보 △2001년 LG전자 DAV사업부장 △2004년 LG전자 UMTS단말사업부장 △2004년 LG전자 MC연구소장 △2007년 LG전자 MC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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