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순청자의 절정기인 12세기 초 전남 강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청자가 가득 실린 난파선이 발견돼 화제다. 배에서 건져 올린 청자는 대접·접시에 참외모양주전자와 항아리·바리·단지 등 모두 2000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800년이 지나도록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청자는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반도체 같은 기술이다. 시원한 옥색의 깊은 하늘빛, 이른바 비취(翡翠)빛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산소가 부족한 가마에서 온도를 1200∼1300도로 높이고 유약의 철분 농도를 1∼3%에 맞춰야 한다.
왜 청자의 제작지가 서해 강진 지방이었을까. 그 비밀은 기술 이전 경로와 관련이 있다. 청자는 한나라 때부터 중국 양쯔강 입구의 월주 도요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송대(960∼1279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이 아름다운 청자가 고려인의 눈길을 끌면서 기술도 양쯔강 입구에서 최단거리에 있는 전남 강진, 전북 부안 지방에 옮아갔다.
고려청자는 11세기 전반부터 12세기 후반까지 순청자시대, 철회청자시대, 진사(산화 동)청자 시대를 차례로 거친다. 12세기 후반에는 음각으로 새긴 표면에 백토 등을 메우고 유약을 칠해 구운 ‘학이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저 유명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같은 명품을 낸다.
‘현대 산업의 쌀’이자 ‘마법의 돌’인 반도체도 고려청자 못지않은 한국의 세계적 명품이다. 최근 잠시나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삼성의 부진은 많은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83년 처음 사업에 진출해 성큼성큼 성장, 지난 2002년 세계 2위로 올라서 그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까마득하게 앞서 있던 것만 같던 일본 반도체를 제쳤고 이제는 그들이 오히려 단합해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다. 삼성 기술진을 박대해가며 기술을 전수했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저멀리 까마득히 뒤에 자리한다.
이번 태안 앞바다의 고려청자 발굴은 길조다. 무에서 세계 2위로 도약한 삼성이 한국 반도체의 저력을 다시 한번 견인해 1위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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