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블로깅 놀이

 요즘 나는 블로깅에 빠져 있다. 블로그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개인 블로거로서 내 블로그를 가꾸는 일에 마음이 쓰인다.

 빠듯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틈틈이 블로깅 주제를 고민한다. 블로그 글을 쓰다가 감기는 눈을 주체하지 못해 잠자리에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졸릴 땐 시험공부도 하지 않았던 내게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평일에 바빠서 며칠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하면 그만 안절부절하고 만다.

 고백하건데, 주말이면 주부로서 가족들과 함께할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보다 블로그에 어떤 내용을 담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담을 소재를 찾아 일부러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하다 못해 장보러 갈 때도 혹시 블로깅 소재를 얻지나 않을까 해서 카메라를 챙기는 정도의 열성은 가지고 있다.

 아직은 소위 ‘파워 블로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블로그 방문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루에 평균방문자가 100명 남짓하다가 몇 달 사이에 4, 500명으로 늘고 보니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꾸준히 몇 백명이 내 블로그에 방문한 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블로그의 매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와 생각을 공유하면서 없는 시간 쪼개서 블로깅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블로그 친구들은 내 생각에 댓글을 달고 트랙백이라는 기능을 통해 자신이 써놓은 관련 글을 붙여주면서 내 글을 훨씬 빛나게 만들어 준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블로깅 놀이에 열중하는 것일까. 요즘은 광고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블로그에서 수익을 얻는 블로거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블로깅 놀이는, 수익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다. 아직 ‘보상’이라고 할 만큼의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는 보상이 없으니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미국 블로그 검색 서비스인 테크노라티에서 블로거 대상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블로거는 개인적인 취미나 일상생활의 기록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이나 전문성과 관련을 맺고 있다. 설문조사 중 ‘왜 블로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34%가 ‘내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으며 32%가 ‘내 생각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대다수가 직업, 또는 전문성에 대한 기록을 남기며 이를 통해 명성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글을 올리는 빈도를 묻는 질문에 26%가 매일이라고 답했고 하루에 2건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18%에 달했다. 블로거의 3분의 1 이상이 매일 글을 올린다는 것이니 거의 ‘반직업’에 가깝다. 많은 사람이 직업이 있다고 보면, 정말 열정 없이는 블로그스피어에서 명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블로거 대상 통계가 없지만, 블로그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 블로깅을 한다는 테크노라티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블로깅 놀이의 재미는 사용자들이 붙여 놓은 태그다. 태그는 사용자들이 자신이 쓴 글이나 사진등에 자신만의 주제어를 입력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전통 미디어에서 사용했던 카테고리식 분류가 태그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주관과 느낌이 콘텐츠를 분류하는 데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호박전’과 ‘비디오’가 함께 분류될 수 없었다. 카테고리로 나누자면 호박전은 음식(혹은 생활)에 분류될 것이요, 비디오는 영화/연예 쪽으로 나뉜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호박전’과 ‘비디오’ 모두 ‘비 오는 날’이라는 태그로 묶일 수 있다. 비 오는 날 우리가 흔히 하는 일이 호박전을 부쳐 먹는 일이요, 집에서 비디오 한 편 빌려 보는 일이니,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은 참 매력적인 분류법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의 열정으로 블로깅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나누는 생각과 댓글과 태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그래서 요즘은 누구를 만나든지 슬그머니 기회를 만들어 전도한다. “블로깅 하십니까?”

◆이지선 미디어U 사장 easysun@media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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