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아직도 잊히지 않는 우리의 아픈 현대사 ‘그날’의 상처를 다룬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은 “사건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80년 당시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한 장면 장면은 그날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게 한다. 특히 전남도청 앞,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시민들이 가슴에 손을 얹는 순간 계엄군이 이들을 향해 일제히 발포하는 장면은 볼륨을 높이며 울려퍼지는 애국가의 웅장함과 맞물리며 비통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민중 운동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판타지’ 느낌과 어울리며 더욱 가슴아픈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하는 극중 인봉이의 유머는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다.
1980년 5월, 광주.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분).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이준기 분)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 앞에서 억울하게 친구·애인·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 분)을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 간의 사투를 시작하는데… 12세 관람가. 26일 개봉.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