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가 전혀 없는 지분(회사)만을 인수하는 한국벤처자산관리유한회사가 지난달 26일 국내에 출범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주도로 한국산업은행·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단돈 1000원으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평가받던 벤처캐피털 보유 지분을 인수한다. 그럼에도 벤처캐피털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이유가 뭘까.
김형수 한국벤처자산관리 초대 대표(46·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목적을 꺼내들었다.
“벤처투자는 성공률이 낮습니다. 미국의 경우 투자 성공률이 20%를 넘지 못하고 우리나라도 10% 이상은 회수를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회수 불능 자산입니다.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분류되는 데 이 때문에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떨어져 보입니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이 부실 자산 매각의 효과에 대해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벤처캐피털에는 대외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매각 과정에서는 투자 자산을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법인세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부실 자산도 떨어뜨리고 동시에 세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해석이다.
매수 대금을 단돈 1000원으로 책정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보유하거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매각해 적정한 가치를 산정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회수 대상은 실질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그 정도면 적정하다고 말했다.
한국벤처자산은 사실상 업계에서 내놓는 모든 자산을 매수한다. 하지만 이의 매각은 특별히 고려 대상은 아니다.
김 대표는 “설립 목적 상 매수하는 것으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다”며 “혹시 의미 있는 지분(향후 기업이 부활해 가치 발생)을 확보하게 되면 인수합병(M&A) 또는 사후 관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모 벤처캐피털업체가 부실 처리했던 자산이 수년 후 20억원으로 회수한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하지만 극히 드문 일’이라며 기대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정부가 이번 벤처 자산관리 등을 포함한 벤처캐피털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는 데 반해 업계의 투자가 부진한 것에 대해 김형수 대표는 “투자가 기대만큼 대폭적으로 늘지는 않고 있지만 재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코스닥시장도 상승 중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을 보였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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