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허성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은 지역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허 원장의 갑작스런 사임을 놓고 해석도 분분하다. 지난 4월 과기부의 지시로 GIST 임직원 행동강령에 기관장의 영리법인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허 원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직후에 포스코 사외이사직을 맡았기 때문에 소급적용될 수 없다며 과기부에 사외이사 겸직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거부 통보를 받으면서 양측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여기에 내년도 GIST 예산이 편성 초기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것도 허 원장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줬다는 후문이다. 어떤 이는 출연 기관장이 정부의 눈치나 외압을 받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아직 먼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인사인 허 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행보 때문에 중도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나오고 있다.
허 원장의 사퇴이유 및 배경이 어찌됐든 GIST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개원 10여년 만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원으로 자리매김한 GIST를 외형적으로 키워야 하는 시기에 때마침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중량감 있는’ 허 원장이 부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허 원장은 우수학생 및 교원 유치를 위한 2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해 정부지원을 이끌어냈다. 또 숙원사업인 학부설립과 발전기금 모금, 광주 연구·개발(R&D) 특구 지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허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소식에 직원과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동요하고 있다. 한 학생은 실명으로 홈페이지 게시판에 “광주과학기술원이 지난 1년 반 동안 대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개적으로 허 원장의 퇴임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남겼다.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해야 할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까지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의외로 오래 갈 것 같다. 과기부와 이사회 그리고 당사자인 허 원장이 어떠한 처방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지 궁금하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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