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의 소비문화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저 보기만 했던 수동적 형태의 소비문화는 가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받아보는 능동적인 형태의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새로운 문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방송 및 통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기류에서 시작됐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을 실시간으로 녹화할 수 있는 PVR(개인디지털영상녹화기)의 등장으로 채널을 놓고 옥신각신하던 모습은
이미 옛말이 됐고 초고속 인터넷을이용하는 IPTV로 인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만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지난 2002년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방송 소비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방송 수신 제품 시장도 급진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PVR 및 미디어센터 기능이 접목된 고급형 방송 수신 제품은 2005년도 1,450만 대 규모에서 2009년에 이르러서는 2,500만 대 규모로 연 평균 38.9%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
방송 수신 제품, 셋톱박스를 제조하고 있는 비욘위즈(www.beyonwiz.com)는 브랜드 인지도로 따지면 아직까진 신생업체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 상황은 잘 읽고 있다. 비욘위즈가 최근 개발한 복합형 셋톱박스 DP-S1은 HD 방송 수신은 물론 DVD 재생과 PVR, 네트워크 공유, DiVX 플레이어 기능을 하나로 모은 새로운 개념의 방송 수신 제품이다.
DP-S1은 1080i 해상도의 HD급 방송을 수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해 주문형비디오(VOD) 및 날씨나 주가 등의 정보를 TV로 시청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또 생방송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볼 수 있는 타임시프트(PVR 기능, 2채널 동시 예약 및 실시간 녹화 가능)와 DVD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도 지원하며 향후 출시할 클라이언트 제품 DP-H1을 활용하면 가정 안팎에서 TV 방송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볼 수 있다.
■ 새로운 요구, 새로운 컨셉의 셋톱박스
“초기 셋톱박스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요구는 단순했습니다. 보다 나은 화질과 다양한 채널수였죠. 이것이 1차적인 요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다른 요구가 생기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PVR 기능입니다. 그거 있잖아요. 생방송을 멈췄다가 다시 볼 수 있는 타임시프트 기능. 국내 모 대기업이 ‘타임머신’이라는 브랜드로 광범위하게 홍보한 덕에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죠. 사실 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은 2000년도에 막 들어서면서부터 처음 나타났는데 말이죠.”
비욘위즈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한기(42) 사장은 셋톱박스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셋톱박스 전문 제조업체 휴맥스 소프트웨어 개발 팀장을 거쳐 토필드 연구총괄 이사를 지냈던 그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PVR이 2차적인 요구라면 비욘위즈가 개발한 DP-S1은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홈 네트워크 서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DP-S1이 서버가 되어 클라이언트가 설치된 곳에서는 이 제품이 수신 받은 디지털 방송이나 하드디스크에 내장된 멀티미디어 파일, DVD 미디어 등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TV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미국에 DP-S1을 설치했을 경우 한국에선 클라이언트만 가지고 미국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기능까지 구현 가능합니다.”
물론 이 같은 개념을 박한기 사장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컨셉이 완벽하게 같지는 않더라도 셋톱박스에 네트워크 기능을 넣어 홈 네트워크 서버로 활용하고자하는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는 것.
“비욘위즈만의 독보적인 컨셉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망하기 딱 좋아요. 중소기업은 웬만큼 시장이 있어야 먹고 살만한 땅이 생기는 것이거든요. 큰 업체들 중에서도 약간 다른 형태의 복합형 셋톱박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는 약간 빨랐을 뿐이죠. 제 욕심은 남들보다 딱 6개월만 앞서가는 것입니다. 그 뒤로는 또 다른 개념의 제품을 내놓고 조금 빨리 개척하는 것이죠.”
■ 남다른 기술 기반
기술 기반도 남다르다. 박 사장은 비욘위즈가 셋톱박스에 대한 경험, 각종 미디어 파일 및 네트워크에 대한 노하우, 이것을 종합적으로 받쳐주는 운영체제에 대한 풍부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저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는 물론이고 멀티미디어 파일 제어 능력과 네트워크 및 이를 받쳐주는 운영체제에 대한 기술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그걸 갖고 있죠. 실제 저희는 DP-S1의 운영체제로 쓰는 리눅스를 커널까지 건드려서 최적화를 시키고 있어요. 뭔가 다른 기능, 기술, 제품을 붙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작업 능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죠.”
현재 비욘위즈는 DP-S1의 개발을 마치고 호주에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저희가 공략하는 시장은 호주와 북유럽입니다. 디지털 방송이 활성화되어 있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죠. OEM 공급이 아니라 인지도가 전혀 없는 비욘위즈 브랜드로 출시되었는데도 일단 시장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이 회사가 잡은 올해 매출 목표는 110억. 실제 판매가 일어난 상태에서 수정을 거친 목표여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5년이 흐른 2012년에는 매출액 1,000억을 목표로 삼고 뛸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연동시켜 성공하는 것이 꿈입니다. 애플과 아이튠스의 모델처럼요. 얼마 전 애플TV가 유투브의 영상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욘위즈의 DP-S1도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준비는 이미 마쳐놓은 상태입니다. 향후 제품 판매와 회사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선보일 테니 기대해주세요.”
[전자신문인터넷]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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