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이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발 맞춰 제정 5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저작물 유통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29일부터 실시되는 법의 최대 변화는 △기술적 보호조치 도입 의무화 △비친고죄 도입 등 2가지로 요약된다. 당장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필터링을 실시, 불법적 디지털영상물을 걸러내야 한다. 또한 저작권위반자에 대해 저작권자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사용자의 저작물 이용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지만 현실적 문제도 여전하다. <편집자주>
P2P에서 오가는 불법 음악 파일을 걸러내는 솔루션을 만드는 뮤레카 김주엽 이사는 요즘 들어 부쩍 문의전화를 많이 받는다. 오는 29일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서 사용자 간 음악·영상 파일 전송이 이뤄지는 웹스토리지나 P2P 등 이른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들은 불법 파일을 필터링하는 등의 기술적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김주엽 이사는 “기술적 보호조치에 관해 문의하는 업체는 많지만 아직 정식 계약을 하겠다는 곳은 없다”며 “대부분 다른 업체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호 법장치는 엄격해졌으나 이를 충족시킬 기술이 따르지 못해 OSP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OSP들의 책임·의무 강화=지상파 방송사의 인터넷 계열사에 근무하는 이모 대리(32)는 포털이나 웹스토리지 등에 올라온 불법 방송 프로그램 복제 파일을 찾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일과다. 하지만 OSP마다 필요한 양식이 모두 다른데다 그나마 전송 중단을 요청해도 1주일, 심하면 한달이 지나야 조치가 취해져 분통을 터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 저작권법이 실행되면 이런 불편은 어느 정도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권리주장자의 요청이 있을 때 저작물 복제·전송을 지체없이 중단’해 왔지만 개정법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서비스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웹스토리지·P2P 등 특수한 유형의 OSP들은 불법저작물 전송을 차단하는 필터링장치를 갖춰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부담감이 적지않다.
◇포털, 모니터링 강화=포털 업체들은 개정 저작권법에 대비, 모니터링 요원 확대에 나섰다. NHN은 현행 280명에서 상반기내 350명으로 늘일 예정이고 다음도 126명에서 연내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판도라TV도 최근 인력을 2배로 늘려 100만건이 넘는 DB 전체에서 저작권 문제소지가 있는 영상을 분류하고 있으며 방송사 콘텐츠 삭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반면 P2P나 웹스토리지 업체들은 상황을 관망 중이다. 한 웹스토리업체 대표는 “이쪽 업계가 영세하다 보니 기술적 보호조치를 위한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동영상 필터링 기술 개발도 관건=특히 영상물 원작에 대한 기술적 보호 조치를 위한 필터링 기술확보가 이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영상 유통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보호조치는 아직 관련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않아 OSP가 곧장 적용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영호 ETRI DRM연구팀장은 “비디오가 오디오보다 더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뮤레카 김주엽 이사는 “이르면 다음달 안에 동영상 필터링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며 우리 외에도 몇 군데 업체가 기술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2P와 웹스토리지 업체들의 협의체인 P2P네트워크협의체(회장 김준영)는 음성 및 동영상 필터링 기술 공동 개발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세희·이수운기자@전자신문,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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