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어로 와인캡틴·와인웨이터로 불리는 소믈리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사람으로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이라는 직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와인은 원재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 숙성 방법, 원산지, 수확연도의 일조량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따라서 고객의 입맛에 맞고 식사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야 하는 소믈리에는 원산지별 와인의 특성과 각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등을 폭넓게 알아야 한다.
이처럼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손님에게 맞는 와인을 골라주는 소믈리에는 IT전문가와 유사한 면이 많다. IT전문가 역시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기술의 특징과 사용법·문제점들에 해박해야 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추천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컨설팅에서부터 구축, 운영에 이르는 다양한 I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한 소믈리에가 서비스맨으로서의 인격과 기획 및 경영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와인과 서비스 교육을 하듯, 유능한 IT전문가는 고객 선도 능력과 사업 발굴 능력이 있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고객 선도 능력을 기반으로 통합 IT서비스를 제공하는 IT전문가를 IT소믈리에라고 부를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능한 IT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로서의 품위와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실제로 유능한 소믈리에는 와인을 감별할 수 있는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술이나 담배, 심지어는 커피까지도 멀리한다. 또 소믈리에협회가 정한 복장규정에 따라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상·하의, 조끼, 넥타이와 앞치마를 두르는 등 전문직업인으로서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IT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연마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풍부한 업무경험을 쌓아야 한다. 진정한 소믈리에는 자격증 시험의 합격 여부만으로는 가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국가공인 자격제도라는 것이 없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주변에서 소믈리에라고 불러주거나, 시험을 본다 해도 소믈리에협회에서 실시하며 그것도 현업에서 수년간 종사한 사람에게만 시험볼 자격을 준다. IT소믈리에 역시 풍부한 업무경험이 바탕이 돼야 전문가로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소믈리에는 또한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소믈리에의 능력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즉, 음식으로 인한 매출보다 와인으로 인한 매출이 더 많아야 유능한 소믈리에라고 불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와인에 대해 풍부한 지식이 있더라도 그 지식이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레스토랑의 경영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IT소믈리에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적극적으로 회사의 매출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제공하는 IT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기꺼이 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고객이 가진 문제를 정확히 알고 고객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또 가장 원하는 수단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팔리지 않는 와인은 창고에서 썩는 것처럼 팔리지 않는 지식은 개인 취미와 자기만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유능한 소믈리에가 깊은 와인의 맛과 향만큼이나 와인을 즐기는 사람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IT소믈리에로서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마음 속에 감동을 전하는 IT전문가가 더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신재훈 삼성SDS 전략기획그룹 그룹장 jaehoon.shin@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