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13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벤처기업 1000억클럽 100개사 돌파는 벤처산업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터진 낭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올해는 벤처산업 발전의 토양을 제공했던 10년 시한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이 만료되는 해다. 특별법의 연장 여부를 깊이 고민해온 정부로서는 관련법 연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와 성과물을 얻은 셈이다.
◇벤처 10년과 1000억클럽 기업 100개 돌파=벤처특별법 제정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올해는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바로 이 같은 시점에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을 뜻하는 ‘1000억클럽’ 회원사가 100개사를 돌파한 것이다. 그것도 2004년 68개사, 2005년 80개사에서 2006년에는 102개사로 전년도에 비해 더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은 “환율과 유가 때문에 기업들이 ‘죽겠다’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와중에 1000억클럽 기업이 작년에 비해 20개사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벤처가 그동안 수많은 학습을 통해 옥석이 가려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양’보다 더 의미가 큰 ‘질’=이번에 가입한 1000억클럽 기업을 통해 확인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용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은 고용 증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그동안의 지적을 뒤집은 것. 실제로 1000억클럽 회원 102개사의 총 고용인원은 4만448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0개사의 3만3816명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결과다. 기업당 인력도 지난해 423명에서 올해 436명으로 1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의 고용증가율은 -5.8%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소기업도 5.0%에 그친 데 비해 벤처기업은 오히려 23.9%의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현재 중기청장은 “벤처가 매출·고용 측면에서 대기업 및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세를 시현 중이며 특히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의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생력 확보가 추가성장 관건=1000억클럽 참여 기업 수는 처음 집계한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20%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신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형 벤처금융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정화 교수(한양대 경영학부)는 “벤처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미국 등 해외처럼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더욱 활기를 띨 필요가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 좀더 쉽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벤처투자도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력 있는 벤처기업 육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에 종속된 벤처기업이 아직도 너무 많은 현실이 바로 그렇다. 이번 1000억클럽 회원사 중에도 절반 가까운 기업이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 한계에 봉착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벤처기업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벤처 1000억클럽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