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1)100년 `대들보`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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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공식 출범한 제3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세계 속의 게임 강국 코리아로 재도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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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이야기’ 망령이 할퀸 게임산업의 상처가 깊다. 여전히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통념에 묶여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해외로, 해외로’ 향하는 우리 게임업체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라는 고지를 향해 나아가는 정부·업계·이용자 등 새 주체의 축이 뒤틀려 있다. 예사롭지 않다. 이른 시간 안에 돌파구를 만들지 않으면 ‘10년 공들인 탑’이 허사로 끝날 지경이다. ‘바다’를 넘어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군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산업 태동 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이 또 한번 증명해 보여야 할 만고의 진리이자, 입증해 보여야 할 과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과 시장 확대를 선도해 온 지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안으로는 산업 침체가 심화되고 있고, 밖으로는 거센 해외물결에 경쟁력 우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3·10 클럽(세계 3위·10억달러 수출)’이라는 국가 청사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점부터 새로운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성장산업의 조건은 침체된 상황일수록 스스로 기회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이 ‘현재’보다는 ‘미래’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는 것도 바로 이런 힘에서다.

 당장의 모멘텀은 △글로벌화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전략 수립 △3년 이후(2010년)가 아닌 30년을 내다보는 국가 기획 △이용 문화의 대혁신과 시장의 선진적 개혁 등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전략=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세가 무섭다. 게임이라면 TV로 혼자 즐기고, 게임보이·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처럼 휴대형으로만 즐긴다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PC를 비롯한 모든 정보기기의 컨버전스, 온라인화는 게임 플랫폼도 비켜갈 수 없는 21세기의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 최초 개발, 최초 상용화란 기록을 앞세워 10년 전부터 벌써 이러한 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은 세계 어느 지식산업 전례와 비교해도 월등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선도적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게입업계와 온라인게임은 중국·일본·북미·유럽 등으로 파상적인 공세를 해나갔으며, 2000년대 들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수출액 증가율을 유지해 왔다. 자신감이 붙은 한국 게임업계는 메이저업체를 중심으로 현지법인을 통해 직접 현지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제 6∼7년차의 연륜이 쌓인 몇몇 일본·북미·중국 법인들은 눈부신 기업 성장세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초반 성공 가도를 달려온 한국 게임산업의 해외시장 전략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언제까지 뒤만 쫓아올 해외기업들이 아니며, 이미 일부는 기술과 시장 점유율면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한국게임의 압도적 장악력은 이미 무너졌으며, 도리어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의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응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과의 다각적인 협력과 공조 △남미·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공략 △현지 법인의 적극적인 현지 주식시장 공개 등의 전략적 변화다.

 ◇30년 비전=문화관광부는 지난 2005년 ‘2010 게임산업 전략위원회’를 띄우면서 오는 2010년 한국의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이란 거창한 목표를 내건 바 있다.

 당시 산업·시장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충분히 낙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던 이 목표는 지금와서는 급속도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조차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할 정도로 목표 자체가 흐지부지된 측면이 강하다.

 한국 게임산업의 진정한 글로벌 도약을 위해서는 3∼5년의 단기처방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10년 뒤 나아가 반세기 가량의 장기적 로드맵이 필수적이다.

 지금 당장 수치상으로 세계 3대 게임강국에 진입할 수는 있더라도, 산업 체질과 내용·비전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에라도 정부·업계·학계·언론 등이 공히 참여하는 ‘(가칭)게임산업 국가 로드맵 태스크포스(TF)’를 구성·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적 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3년 뒤 목표’가 아닌 ‘30년 뒤 비전’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임업계는 30년 비전에 담겨야 할 핵심적 내용으로 △산업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자신감 공유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예측 가능한 제도 및 정책 △세계적 인력 양성 프로그램 수립과 시행 등을 꼽고 있다.

 ◇문화·시장 혁신=산업 성숙의 척도는 해당 산업의 시장 수준에서 나온다. 그만큼 게임을 즐기고 이용하는 수준 높은 문화와 소비 행태의 변화가 산업 발전을 추동하는 것이다.

 최근 게임산업이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질곡은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게임 이용 문화와 사회적 인식에서 기인한다. 게임산업의 대외적인 역할과 규모가 아무리 급성장하더라도 그것을 떠받치는 기초는 어디까지나 이용자와 시장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여전히 미국과 일본이 세계 최고의 게임강국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은 생산·수출 규모뿐 아니라 이용 문화와 시장 수준도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미 50년 이상 합의되고 인정된 심의제도와 그것을 받아들이고 지키려하는 이용자 수준이 그 나라의 산업 가치를 대변하는 셈이다.

 더구나 오랜 기간 축적된 세계적인 개발력에다 방대한 지식재산권(IP), 사회적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저작권에 대한 가치 인식 등 모든 강점이 결합될 때 비로소 세계 1위 수준이 완성되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올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전 게임 문화 조성’도 이 같은 요구를 적극 반영한 행보다. 지금의 산업 위기를 극복하는 첫 단추는 ‘이용자와 시장의 변화’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한국게임산업의 `샌드위치` 위기

 ‘한국 온라인게임도 샌드위치 신세 되나?’

 한국 온라인게임산업도 최근 북미·일본 등 선진 시장의 대공세와 중국의 추격에 위협받고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 극히 일부에 그쳤던 북미·일본산 온라인게임의 공세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우리 안방까지 진입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 초 ‘WOW:불타는 성전’ 확장 팩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던전앤드래곤온라인’ 등이 기세를 높이고 있고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 곧 국내 상륙할 예정이다.

 일본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에밀크로니컬온라인’이 포문을 연 데 이어, 국내 업체와의 합작형식으로 ‘드래곤볼온라인’ ‘건담SD 캡슐파이터’ ‘케로로온라인’ ‘진삼국무쌍온라인’ 등 이름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일본 작품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표 참조

 이 같은 선진국 진영의 공세와 함께, 한국 게임산업의 ‘텃밭’이나 다름 없었던 중국은 자국산업의 급팽창과 중국정부의 편파적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이미 자국 내 게임시장은 완전히 자국업체 분할 구도로 재편한 데 이어, 온라인게임 개발에서도 한국의 기술력과 작품성을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상황. 중국 온라인게임의 한국산 게임 추월의 도화선이 됐던 완미시공의 온라인게임 ‘완미세계’가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있기까지 하다.

 이는 모든 산업이 업종과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다만 우리 산업의 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대비가 미약했던 것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준모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한국이 글로벌시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장르로 더욱 세를 넓히고, 중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에서 분발하는 것 외에 더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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