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도입 논의를 진행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규제기관 통합이나 법제화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융합 서비스의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보다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해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최근 융합논의 과정에서 통신방송 규제기구의 개편보다 IPTV 법제화를 우선 추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통신과 방송 융합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어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IPTV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어느 기관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IPTV를 추진,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신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IPTV는 통신과 방송 영역에 걸쳐 있는 중간 영역의 서비스다. 관할 기관과 법률을 쉽게 결정하기 힘든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IPTV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융합서비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고, 잘못하면 소비자의 편익이 손상될 우려가 크다.
일방적으로 대중에게 내용이 전달돼 여론형성과 대중문화 전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존의 방송과는 달리,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 등 다양한 미래형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며, 방송과는 다르게 차별화된 서비스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방송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비단 IPTV 외에도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인 와이브로나 HSDPA의 방송서비스, 광대역융합망(BcN),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 신규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단계에서 이들 서비스를 주관할 기구의 개편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 편익 손실 및 사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해외사례를 볼 때에도 이미 상당수 국가는 통신과 방송부문의 규제를 총괄하는 단일규제기구 시스템을 확립해 융합서비스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1934년 설립한 미국의 FCC를 시작으로, 1997년 이탈리아의 AGCOM, 2001년 일본의 총무성, 2003년 영국의 OFCOM 등 통합기구가 이미 설립됐다. 최근에는 홍콩이 새로운 통합 규제기관인 CA(Communications Authority)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는 IPTV의 핵심 서비스인 VoD에 별다른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EU 및 OECD의 규제 권고안에서도 가급적 규제를 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국내에서도 하나TV 등 TV포털 서비스들이 방송법상 기획, 편성에 해당되지 않아 방송으로 규제되지 않고 있으며, 부가통신서비스로 신고해 VoD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VoD를 방송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국제적인 규제 흐름에 비추어서도 과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곰TV·인터넷방송 등 양방향서비스도 동일하게 규제될 가능성이 있어 규제 과잉에 따른 신규서비스 위축이 우려된다.
IPTV 논의 과정에서 사업자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를 통한 이용자 불편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편익 증진과 사업기회 창출이라는 최우선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IPTV 서비스의 성격과 도입 목적에 부합되는 ‘멋들어진’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태영 하나로텔레콤 정책기획실장 parkty@han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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