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코스닥시장이 개설됐고 이듬해 벤처기업의 창업 촉진과 지원을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 동안 코스닥과 벤처는 함께 성장해 왔다. 코스닥과 벤처는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박수를 받았으며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 벤처업계도 희망에 부풀었다. 성공적인 벤처신화가 있었기에 코스닥이 투자자에게 가치를 가져다 준 신흥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에 성장통도 함께 겪었다. 코스닥시장이 위축되면 벤처업계에는 찬바람이 불었고 벤처비리가 터지면 코스닥도 비리의 온상인 양 같이 비난을 받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코스닥과 벤처는 미래와 희망을 향해 함께 달리는 2인3각(二人三脚) 경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벤처기업 수는 1998년 약 2000개에서 2001년 1만개를 넘어가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벤처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코스닥 거품이 꺼지면서 감소세로 돌아서 2004년 8000개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벤처의 성장과정에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인 벤처를 되살려야 한다는 업계의 열망과 2004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벤처기업 활성화정책에 힘입어 벤처기업 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7년 4월 말 현재 1만2600여개에 이르고 있다.
벤처의 중요성이 기업 수를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 49억달러이던 벤처기업의 수출규모는 매년 성장, 2006년에는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200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에 불과하지만 뚜렷한 증가세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06년 4월에 발표된 벤처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넘는 벤처기업이 78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는 5000억원을 훌쩍 넘는 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제 벤처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하는 중견기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신기술창업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력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우리 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유효기간이 올 연말까지로 정해져 있는 한시법이다. 민간 시장기능에 의한 자생적인 벤처 생태계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기초적인 법적 토대가 사라진다면 벤처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4월 24일 유효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유효기간 연장 외에도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우선적 신용보증 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정부 주도의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를 민간 중심의 벤처산업발전위원회로 개편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또한 벤처기업 M&A 제도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소규모·간이합병제도의 요건을 완화해 상법에 대한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벤처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벤처산업의 고도화와 내실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코스닥이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라면 벤처는 그 희망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엔진이다. 2001년 말에는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2001년을 정점으로 그 비율이 계속 감소하더니 최근에는 40% 아래에 머물러 있다. 우량한 벤처기업이 줄어들어 코스닥의 활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이기를 바란다. 이제 벤처는 도입 초창기의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성숙기를 맞이하는 단계에 와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 엔진 벤처의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
◆박경수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장 kspark@psk-i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