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방송통신 결합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각 사업자의 핵심 산업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수입이 감소하는 시장상황의 변화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자들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TPS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경쟁의 핵심에는 VoIP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케이블사업자 및 통신사업자는 제각기 다른 목적과 전략으로 VoIP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사례에서 우리는 단지 VoIP 시장 진입 또는 활성화라는 하나의 현상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VoIP가 융합산업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곧 사업적 측면에서는 서비스 강화 전략, 정책적 측면에서는 서비스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돼 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VoIP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여전히 사업성도 불확실하며, 기간통신역무로 묶여버린 정책적 판단에 의해 개별 사업자들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기간통신역무에 속해 있다는 점은 출연금, 보편적서비스 손실보전금, 상호접속, 이용약관 등 다양한 규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 진출이나 산업 활성화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일례로 회선당 1500원의 시내전화망 이용대가는 망원가에 비해 높이 책정되어 시장 활성화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네트웍스와 SK네트웍스 등 5개 VoIP 업체 월 접속료가 약 50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설비제공업체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일 수 있으나 VoIP 사업자로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설비시설 중심의 정책, 특정 사업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 및 정책은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중심의 정책, 서비스 중심의 사업전략으로 전환돼 갈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며, 우리도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좀 더 빠르게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VoIP는 하나의 상품이자 서비스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국내 미디어 정책의 변화가 설비 중심이 아닌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 suandi@m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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