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의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통신 분야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위상이 타 분야와 달리 독보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에서 보게 되는 국내 IT제품 광고물을 보노라면 괜히 어깨가 들썩거리고 자랑스러워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신호가 들리고 있다. 아직까지 휴대폰·메모리 등 몇몇 분야에서는 여전한 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지위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IT분야에서의 경쟁력이란 그 지속기간이 제한적이고 짧아, 끊임없는 개발과 혁신 없이는 한번 확보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IT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IT위주의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장·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일부 인기 시스템과 기술에만 의존하던 지금까지의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모든 생활환경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인터넷 경제도 성숙을 지나 점차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인터넷에서 전달되는 정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되고, 생각과 사물 그리고 인간과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사회, 즉 지식기반의 서비스가 필요한 세상이 됐다. 이러한 21세기를 우리는 지식기반 사회라고 칭한다. 또한 사회 구성원 각자가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또 다른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출하는 삶이 필수 요소가 되는 솔루션 기반의 사회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통산업으로만 가능한 것도 아니며 새로운 정보통신 사업만으로도 아니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6T(IT·BT·NT·ET·CT·ST)만으로도 안 된다.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통합과 새로운 에너지 창출이 가능한 융합적 설계와 서비스가 보태져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IT기반의 융합 기술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새로운 미래 성장 견인 기술로서 사용될 융합 기술은 미래 사회의 인프라인 IT를 기반으로 해 각각의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추가로 융합되는 모양새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업에는 보건 의료분야, 기계와 자동차 산업 분야, 환경 및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인지산업과 국방 분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 산업 간의 융합은 신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IT산업을 기반으로 타 산업과의 통합과 새로운 융합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이와 같이 이제 우리들이 맞이하는 경쟁의 범위가 일개 분야가 아니라, 이제까지 전혀 관계가 없었던 분야도 새로운 경쟁의 대상이 되는 무한 경쟁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삶을 위한 무한 몸부림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융합이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정보통신 분야의 정신없는 영토확장과 자기 중심적인 설계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콘텐츠는 특정 분야의 독점물이 될 수 있을까. 기존의 제도, 규격, 기준으로는 새로운 사회상, 산업상의 변모와 발전 방향을 가로막는 고집 센 노인의 신세를 면치 못할는지도 모른다. 새롭게 변모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도 여전한 경쟁우위를 갖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융합 에너지를 사회 전반에 널리 보탤 때가 된 것이다. 새롭게 시작될 정부에서도 국가 재도약을 위해서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융합 에너지를 보탤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제도, 산업, 문화 측면에서 융합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융합의 리더십이 간절히 필요하다.
◆손승원 ETRI IT융합서비스부문 수석단장 swsoh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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