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것은 지난 95년. 올해로 12년째다. 10년이 넘은 기간 동안 3기 민선단체장이 배출되고 지자체 별도 조례가 제정되는 등 지방자치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독 교육 분야에선 지방자치제가 헤매고 있다. 돈 없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학교정보화의 경우 지자체가 시설 기금 등 일정 부분을 책임져야 하지만 90% 이상을 교육부가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가부담수입)’은 전체 교육비의 75%에 달했다. 지방교육청 예산의 80% 가량을 중앙정부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매년 교육부는 각 지방 교육청에 20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비율이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점. 서울, 부산, 대구 등 비교적 재정이 좋은 지자체의 경우 30% 가량(서울의 경우 40%)을 자체 해결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지역 조달 금액이 전체의 10%가 안 된다.
이러다 보니 ‘학교정보화 사업’은 상황이 더 안 좋다. PC·TV 교체,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지자체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 분야 예산은 거의 없다. 열악한 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화에 얼마를 투자해야 한다는 등 교육부 예산 강제 조항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교육부가 밝힌 ‘2007년도 지방자치단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편성 매뉴얼’에도 정보화 항목이 없다. 아쉬운 대로 각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 ‘빚’으로 때우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가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를 제정, 지역 학교정보화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2006년 현재 전국 234개 기초 지자체 중 교육 지원 조례를 만든 곳은 100개가 조금 넘는 수준. 특히, 세수의 3% 정도인 교육경비 보조금은 △급식시설 설비사업 △교육정보화 사업 △지역사회와 관련한 교육과정의 자체 개발사업 △기타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교 교육여건 개선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지원돼 실제 교육정보화에 투입되는 돈은 극히 미미하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정보화는 구축보다 유지·관리가 중요한데 정보화 예산이 매년 줄어들어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위해 학급당 지원금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를 따내기 위한 각 학교의 ‘로비’도 거세다. 학교 발전을 위해선 교장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PC·TV 교체 비용을 따낸 교장과 그렇지 못한 교장 간에 능력 비교도 은근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PC교체에 압박을 받은 서울 A초등학교 교장은 보조금 신청 기간에 일주일 가량을 교육청을 방문,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왔지만 권한만 넘어왔을 뿐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자리잡혀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가 교육정보화 사업을 목적의식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팀=신혜선·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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