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시작된 국내 벤처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단기간의 수적 증가와 기초가 부실한 벤처들로 인해 몇 년도 가지 못해서 줄줄이 쓰러졌다. ‘벤처 어게인’의 심정으로 국내 벤처가 다시 한번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벤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벤처기업은 많지만 벤처 창업부터 지속적인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현재 많은 전문대학 혹은 4년제 대학에서 창업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기존 학과를 창업 관련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대학원의 경우에도 전국에 겨우 5개가 설치돼 있는 정도다. 따라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창업 관련학과를 개설해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실시함은 물론이고 창업컨설턴트, 경영지도사 자격증 소지자, 창업과목 강의교수 등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실무교육 실시 및 자격증 부여 등이 시급하다.
둘째, 벤처지원기관들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 벤처 혹은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혹은 민간주도로 창업보육센터, 소상공인지원센터, 테크노파크, 창업관련 단체 및 기관, 대학 내의 산학협력센터 등이 설립돼 있지만, 관련 기관 간의 연계(혹은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규모 센터 혹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원기관들을 물리적 혹은 논리적로 통폐합해 운영해야 하며, 개별적으로 수행되는 업무들의 통합적 진행 혹은 정보공유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 판로개척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지나치게 기술개발에만 열중하다 보니 개발된 기술 혹은 생산된 제품에 대한 판로개척 계획의 수립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많은 벤처 관련 기관 혹은 전문가들조차도 벤처기업들을 아직도 ‘보육’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며, 기술과 제품을 어떻게 국내외 시장에 판매해야 하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에는 수 천개의 인터넷쇼핑몰이 운영되고 있지만, 벤처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인터넷쇼핑몰은 단 한 개도 없다. 이제는 만드는 것보다는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넷째, ‘무작정’ 벤처지원은 축소해야 한다. 벤처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무차별적인 자금지원, 무료 창업행사 및 교육, 퍼주기식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수많은 벤처들이 스스로 성장하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낳았다. 또 성장가능성이 높은 벤처를 집중 지원해 벤처생태계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벤처기업 수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부실한 벤처기업 수만 늘렸다. 따라서 벤처기업 및 이노비즈 기업의 확인심사 등을 좀 더 엄격히 해야 하며, 부실한 벤처는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실한 벤처가 다른 유망한 벤처까지도 부실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벤처관련 박람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창업 관련 박람회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가맹점 모집을 위한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또 창업관련 박람회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방의 벤처들은 정보·자금, 교류와 제휴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
국내 벤처는 이제 겨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기대보다는 실망 혹은 외면의 눈빛이 역력한 실정이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를 제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벤처창업=가계파산+신용불량자+가정파탄’이라는 등식을 깰 수 있음은 물론이며, 소외받는 장애인과 모자가정, 졸지에 직장을 잃은 실직자, 취업이 가문의 영광인 대학생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삶의 희망을 다시 한번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영문 계명대학교 교수 soho@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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