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시간에는 파워포인트에 대해 배워보기로 하겠습니다. 파워포인트는 흔히 PT라고 말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달 27일 전남 완도군 노화읍 충도리 충도지역아동센터. 김태성 목사(48)가 운영하는 충도교회에 마련된 센터 교육장에서는 마을 주민 10여명이 KT전남본부 IT서포터즈(ITS) 목포팀 김주수 과장(43)의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김 과장이 미리 준비해 온 파워포인트를 보여주며 화면구성과 기능을 하나하나씩 설명하자, 김 목사 등 주민들은 자신의 PC에 직접 만들어가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KT전남본부 ITS팀이 해남 땅끝 항에서 뱃길로 30여분 걸리는 이곳 노화도를 찾은 것은 지난 24일. 김 목사의 부인인 나미자씨(42)가 KT와 아름다운재단이 공동으로 펼치는 IT서포터즈 시범사업을 신청해 전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집단 방문 교육이 이뤄지게 됐다.
나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교육을 신청했는데, 며칠 전부터 전화 연락과 사전 방문이 이어지더니 컴퓨터 교육장까지 깨끗하게 설치해줬다”면서 “특히 그동안 컴퓨터를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마치 딴 세상 만난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3∼4명으로 구성된 ITS는 교육장에 컴퓨터 9대를 설치해 놓고 오후 2시에는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저녁 7시부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엑셀 등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실시해왔다.
김주수 과장은 “270여명의 마을 주민중 절반이 60세 이상의 노인들인데다 결손 아동들도 많아 컴퓨터 보급 등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라면서 “목사와 보건소 직원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보화 교육을 실시해 추후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전파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부 박미숙씨(43) 역시 “그동안 검색 위주로만 인터넷을 해왔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문서 작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바쁜 농사철과 양식업으로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마을 주민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교육 시간이 되기도 전에 센터로 달려와 인터넷에 빠져든다. 비록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돼 있어 가끔씩 이용하고는 있지만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호응이 대단하다는 것.
IT서포터 노원 과장(37)은 “처음 교육을 받으러 온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들뜬 표정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면서 “아이들에게 지식의 세상인 인터넷을 올바르게 교육시켜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해안 청정 해역에 자리잡은 노화도에 인터넷이 보급된 것은 지난 200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선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돼 무궁화위성을 통한 위성 인터넷에 비해 속도가 4∼5배 이상 빨라졌다. 이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어촌 지역 지식정보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도시에 비해 열악한 인프라와 주민들이 생업에 쫓기다 보니 여전히 정보화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 있다.
교회 운영과 함께 결손가정 아이들의 공부방을 운영하며 끼니도 챙겨주는 김 목사는 “노화도는 전국에서 전복 생산량이 가장 많은 섬으로 전복과 김, 미역 등 지역 특산물의 전자상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앞으로 마을 주민의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고 섬마을 아이들이 정보화시대에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IT 방문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4박 5일간 섬 정보화 전령사로 나선 김 과장 등 IT서포터즈는 사비를 모아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는 작은 사랑의 실천도 잊지 않았다. 김 과장은 “아직까지도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이번 방문 활동을 통해 깨달았다”면서 “특히 산간 도서 벽지의 주민과 아이들을 정보화의 세상으로 이끌 수 있는 손과 발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김영권 KT전남본부장
“도서와 산간 오지의 정보격차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T 봉사활동도 어려운 지역민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펼쳐 정보화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KT전남본부장은 “전남 지역은 지리적·공간적 특성으로 인해 IT의 혜택과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많은 실정”이라면서 “섬과 산간 오지 주민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IT기기 지원, 맞춤형 IT 교육을 실시해 모든 지역민들이 보다 지혜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본부장은 유선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어려운 섬과 산간, 오지 1181개 마을에 전남도·정부와 공동으로 총사업비 103억원을 투입해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미 전남 고흥·해남·완도·진도 등 500여 마을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했으며 연말까지 30가구 미만의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유선 초고속망이 구축되면 전남 지역 도서와 산간 오지의 마을에서도 도시에서와 같은 고품질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됩니다. 농수산물의 전자상거래 판매와 인터넷 원격교육으로 농어촌 소득 증대와 정보격차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섬 정보화에 대해 “태풍과 해일 등 자연 재해가 잦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대형 철탑을 통한 유선망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며 “투자 대비 효율 보다는 도서 지역민의 정보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인프라 확충과 함께 IT서포터즈의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IT 활용 지식과 전문 기술로 무장한 34명의 정예 요원을 도서와 산간 오지 곳곳에 파견할 방침이다.
그는 “이제는 누구나 행복하고 평등한 정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소통 공간과 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산간과 오지 등 전남 지역 정보화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전남 섬 정보화 어디까지 왔나
전국 유인도의 62%(1969개)를 차지하는 전남 섬 지역에 초고속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지난 99년 8월부터다.
KT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섬 주민들도 비로소 정보화 소외계층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게 됐다. 당시 전남 신안 하의종고·여수 개도중·신안 지명중·여수 여남초교·완도 보길초교 등 5개 학교에 초고속 위성인터넷이 전국 최초로 보급됐다.
이러한 초고속 위성인터넷은 대형 통신 철탑 등 유선망 기반의 관련 시설이 하나둘씩 구축되면서 점점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 완도군 고금·노화·약산·금일 등 4개 섬 마을에 유선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되면서 도시에서와 같은 고품질의 초고속 유선인터넷 서비스가 섬 마을 곳곳에 제공됐다.
이에 따라 섬 주민들은 전자상거래와 사이버 장터, 자녀 교육, 난시청 해소, 자연 재해 대비 등에 적극 활용하면서 소득 증대를 꾀하는 등 도시와의 정보화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현재 전남 도서 지역의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 수는 216개 유인 도서에 대략 8000여명선. 도내 유인 도서 270곳 중 80%가 고품질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섬 정보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통신 시설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 한 섬당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원 이상이 든데다 해풍과 염분으로 인해 330여개에 이르는 대형 철탑 보수 비용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완도=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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