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시대 미디어·콘텐츠 사업자가 갖춰야 할 자세

 다매체 시대에 킬러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판권가격 상승은 예견된 일이다. 미디어플랫폼의 다양화로 킬러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미디어 사업자의 경쟁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디어플랫폼이 제구실을 하기도 전에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콘텐츠업체도 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3∼4년 전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붐이 일어날 당시를 회상했다. VoD 판권가격이 초기에 반짝 올랐다가 급격히 시들었던 쓰라린 경험이다. 당시 판권비용 지출에 비해 광고 수익이 따라오지 못하자 판권 시장은 위축됐으며 온라인 판권 대행업체도 잇따라 사라졌다. 플랫폼 다변화를 새 시장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 미디어 플랫폼업체는 물론이고 콘텐츠업체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경=미디어 사업자 모두 동일한 핵심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에 판권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독점 콘텐츠를 원하는 전략이 곁들여지면 콘텐츠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또는 플랫폼에 따라 판권가격이 모두 달라 절대적으로 콘텐츠 판권가격이 올랐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킬러 콘텐츠나 독점 콘텐츠의 판권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도 “일부 킬러 영화 콘텐츠는 비흥행 영화 몇 편을 끼워 파는 이른바 ‘아웃 풋딜’ VoD 판권가격이 최근 1억5000만원까지 뛴 적이 있다”며 “새 미디어인 IPTV의 경우 온라인 VoD 판권에 비해 더욱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과열경쟁보다 원칙을 정하는 게 급선무=새 미디어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새 시장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기존의 비즈니스 구도가 바뀌는 데 따른 새 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장 오랜 불법복제 관행 때문에 2차 판권 시장을 거들떠보지 않았던 영화 등 콘텐츠 사업자로서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IPTV가 새 시장 기회다. 비디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더욱 더 신규 미디어에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 판권가격 상승 현상이 앞으로 계속된다고 볼 때 짧은 기간 동안 수익을 많이 올리는 근시안적인 접근보다 시장질서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디어 사업자들도 특정 콘텐츠 확보가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정도를 넘은 대가 지급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과열 경쟁만 부추겨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IPTV를 추진 중인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부르는 대로 다 줄 수는 없다”며 “경쟁사를 겨냥해 미리 치고 나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미디어 사업자 간 ‘부익부 빈익빈’ 우려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킬러 콘텐츠 중계권을 놓고 경쟁이 붙을 때마다 자금력이 달리는 소규모 사업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구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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