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각 부서마다 표준을 만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직 한 표준만 선택한다.” 지난 18일 상하이교통대 캠퍼스에서 만난 장웬준 학장은 차세대 이동통신과 휴대이동통신 표준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혔다.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방한 이후 가장 먼저 분당의 SK텔레콤연구소에 들러 자국에서 만든 TD-SCDMA 표준 테스트베드 개통식에 참석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에 “첨단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1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나서는 중국 정부지만 최대 관심사는 단연 차세대 이동통신 및 휴대이동방송 분야다. 이미 가전 분야에서는 한일 양국이, 컴퓨팅에서 미·일의 슈퍼컴 기술이, 반도체 핵심기술 역시 미국·일본·한국·유럽 등이 주도하고 있다.)
통신이야말로 중국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안방에서 시스템 단말기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마지막 보루다. 중국이 통신에 관한 한 중화표준을 확립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 표준에 대한 기술적 보완·자국 내 통신업계 간 중복투자 방지 등을 이유로 라이선스 발급을 미뤄왔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IT산업의 꽃인 통신분야에서 중화표준을 확립하고 거침없이 글로벌 표준의 꿈을 실현해 나갈 것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중국 정부 3G 이통 중화표준 ‘양손의 떡’=“(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 모바일이 TD-SCDMA를 채택할 것이 유력합니다.”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TD-SCDMA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박철수 XCE 상하이 총경리의 말이다.
상하이 푸둥지구 i파크 한켠에서 만난 그는 중국 정부의 자국 3G표준 선택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했다. 그의 말처럼 누구도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고객을 가진 중국 내의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TD-SCDMA가 선정될 것이라는 데 의문부호를 달기 어렵다.
상하이교통대에서 만난 통신연구개발 관련 분야의 권위자인 장웬준 부총장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3G 등 차세대 이동통신 관련 표준에 대한 책임있는 당국자인만큼 그의 말을 가볍게 보기는 쉽지 않다.
그는 “TD-SCDMA의 1차 입찰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가기 위해 유럽(WCDMA) 및 미국(CDMA2000)의 표준 도입시기를 미루는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중국의 각종 통신분야에 대한 독자표준 추진 배경은 중국 정부에서 통일적으로 안배하는 부분과 정부가 주도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중국 정부는 이미 충분히 이 두 분야에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이징올림픽과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경험을 본받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3G 이동통신 라이선스 왜 지연되나=3G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의 독자 표준인 TD-SCDMA. 다탕통신그룹이 상용화 및 주요 연구개발 임무를 담당한 이 표준에 대한 라이선스를 언제 누구에게 내줄지가 전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애간장을 타게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1년도 안 남겨 놓은 마당에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을 노리는 전 세계 이동통신 서비스, 장비, 단말기 사업자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올 초 중국의 차이나뉴스를 시작으로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가 수시로 보도한 중국 정부의 3G 표준 TD-SCDMA 라이선스 시점 보도는 항상 늦춰지고 있다. 왜 이처럼 중국정부는 사업자 선정을 미룰까.
그 이면에는 중국이 개발해 자체 지재권을 갖고 있는 TD-SCDMA의 경우 최대한 시간을 늦춰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자는 의도가 읽힌다.
WCDMA나 cdma2000 같은 3G 표준은 이미 5년 이상 운용경험이 있기에 TD-SCDMA를 통한 중화표준을 마련하려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최초의 검증된 WCDMA나 cdma2000과 함께 자체 표준인 TD-SCDMA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읽힌다. 중국 정부는 자국 표준과 WCDMA 또는 cdma2000 등 외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3G 표준과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을 때 TD-SCDMA 사업자 선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통신표준 자주성에 대한 속내를 읽기에 충분하다.
중국 정부로서는 어쨌든 3가지 3G 이동통신 표준이 함께 통용되는 상황에서도 TD-SCDMA가 주도권을 잡아 이통 중화표준을 통한 통신 주도권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 3G 방침 확고…4G 연구 중=중국 정부는 TD-SCDMA 표준을 상용화할 수 있는 통신운영업체를 이른 시일 내에 선정해야 한다. 표준을 사용할 수 있는 실력있는 통신운영업체를 선정해 이 표준을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통신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 중국 내 4대 통신운영업체들은 TD-SCDMA를 발전시킬 사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웬준 상하이교통대 교수는 정부를 대표한 발언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독자적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실 세계적 3G 표준을 불완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 교수는 중국 정부가 TD-SCDMA를 추진하는 동시에 4G로의 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중·일 정부가 4G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4G 표준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활동을 위해 5년 내에 일본 정부가 중국의 15개 대학에 화웨이·중흥통신 등이 함께 합쳐 4G 이동통신 기술 개발을 위해 달리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류쇼후 난징동남대 교수가 이끄는 4G 연구가 그 대표적 사례다. 류 교수는 LG·삼성은 물론이고 대학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4G 프로젝트에서 연내 4G 기술표준의 세부사항이 결정될 것이며 이는 신세대 이동통신을 일으키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 교수는 “내년부터는 적어도 5∼10년 걸리는 4G 이동통신 프로토콜과 기술, 장비 및 단말기 설치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장웬준 부총장
18일 중국 이동통신 표준연구의 본산인 푸둥 상하이교통대에서 차세대 통신분야 권위자인 장웬준 부총장을 통해 중국의 휴대이동방송 표준에 대한 연구동향을 들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현재 SDMB-TDMB-DTMB 등 3가지 표준을 채택해 부처별로 서로 선택되도록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원래 상하이에서는 한국 표준을 쓰기 위해 지난해 파일럿 네트워크를 상하이와 베이징에 구축하기까지 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우 교수에게서 중요한 한마디가 나왔다.
그는 “원래 중국 정부가 부서마다 표준을 만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직 한 표준만 선택한다”고 말했다.
국가광전총국은 CMMB(China Mobile MultiMedia)를, 신식산업부는 한국의 DMB와 채널코드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는 TMMB(Terrestrial Digital MultiMedia)를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이 밖에 TDMB와 DMBTH 등을 포함해 4가지 규격이 있다.
-모두 제각기 특성을 가진 표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누가 하는가.
▲국가발전기획위원회가 한다. 내가 보건대 중국 정부는 한국표준을 쓰기는 힘들 것 같다. 유럽도 그런 문제점이 있다.
-3G 이동통신에 대한 망 사업자 선정은 어떻게 될 것 같나.
▲WCDMA나 cdma2000을 차이나유니콤이, TD-SCDMA를 차이나모바일이 채택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는 TD-SCDMA만 채택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고 차후에는 WCDMA와 cdma2000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TD-SCDMA에 대한 입찰에 들어갔다.
이재구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김익종기자, 성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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