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IPTV에 대한 서비스 정의가 쉽게 내려지지 않는 가운데 지난 5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융추위)가 ‘IPTV를 방송사업으로 규제한다’는 다수안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쟁점 곳곳에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며 IPTV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IPTV의 서비스 정의에 대해 분야별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기본 바탕이 되는 개념적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의 주요 핵심 사안이 우선적으로 결정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곧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IPTV에서의 IP는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을 뜻한다.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의 교환과 송수신 규칙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곰곰이 따져보면 IPTV의 지향점은 방송과 통신이 인터넷을 통해 융합(convergence)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80년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이래 2000년대 초기는 인터넷의 부흥기로 일컫는다. 이 시기 인터넷은 다양한 환경 구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감각적인 서비스 및 기술을 선보여 왔으며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원칙과 제도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글로벌 기업인 야후·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의 다양성과 적극성,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끊임없는 서비스 혁신 등이 가져온 결과다.
IPTV 역시 이러한 인터넷의 성장 배경에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망 동등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의무화가 선행돼야 하며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 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사업자 선정 방식 역시 비네트워크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부 사업자만의 신규 플랫폼 진출이라는 획일화된 사업자 선정방식을 IPTV에도 도입한다면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다양한 IPTV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더욱 많은 수용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곧 IPTV의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길이다.
셋째, IPTV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켜 IT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브로드밴드 환경 및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활용도는 여타를 불문하고 세계 수준급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인터넷 초창기부터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업자가 IPTV 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인터넷의 부흥을 이끈 창조적 다양성이 제대로 발현된다. 이는 곧 소비자 요구 충족으로 이어질 것이며 IPTV 산업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IPTV가 언제 도입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까지도 IT 선진국이 새롭게 선보일 IPTV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지속적인 방문을 준비 중이다. 이는 국내 IT를 토대로 탄생할 IPTV에 대한 기대감이 높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개방성·창조성·양방향성이라는 재료가 IPTV를 통해 어떤 맛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이 새로운 맛을 탄생시킬 한 축으로 지난 12년간 국내 인터넷 산업의 주춧돌로 역할을 다 해온 인터넷 기업의 역할을 기대한다.
◆정영덕 다음커뮤니케이션 TV포털팀장 ygirl@daum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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