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았던 특허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업계의 목을 죄고 있으니 사람으로 치면 참 기구한 팔자입니다.”
등록번호 0287366, ‘MPEG 방식을 이용한 휴대용 음향 재생 장치 및 방법’이라는 MP3플레이어 설계 특허권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이 특허는 파일압축기술 등을 MP3플레이어 등 각종 오디오 기기에 탑재시키는 데 필요한 원천기술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대부분의 전 세계 MP3플레이어는 물론이고 MP3파일 재생 기능이 탑재된 PMP나 내비게이션, 휴대폰 등 각종 디지털 휴대기기 제조 시 이 특허 기술을 피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1997년 새한정보시스템(엠피맨닷컴의 전신)이 공동 개발사인 디지털캐스트와 특허청에 공동 출원하면서 세상에 나온 이 특허권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미국 업체들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엠피맨닷컴 영업이사 출신인 김경태 제이엠이디지털 사장은 “출원 당시 국내에는 레인콤 등 200여개의 업체가 있었지만 ‘특허권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한푼의 로열티도 받지 못한 채 회사는 부도가 났다”며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제2의 퀄컴’이 됐을 특허”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2004년 40억원을 들여 엠피맨닷컴을 인수하면서 이 특허권을 양수한 레인콤은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를 다시 작년 초 미국 MP3 칩세트 업체인 시그마텔에 되팔았다.
레인콤은 시그마텔과 매각 계약 시 국내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의 모임인 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KPAC) 소속 10여개 회원사에는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 조건에 삽입했다. 국내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서였다. 이후 특허권이 시그마텔에서 텍사스MP3테크놀로지스로 넘어간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레인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대다수 KPAC 비회원사는 특허권 침해 소지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시그마텔은 MP3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국내 MP3 칩 생산 전문업체인 텔레칩스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텍사스MP3테크놀로지스도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현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현재 양사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진행 중이다.
국외로 빠져나간 특허권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오히려 원천기술 개발국의 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MP3플레이어의 종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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