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계가 ‘원가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패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제조원가를 판가 하락폭만큼 낮추지 못하면 적자를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매 대금 인하에 맞춰진 원가절감 노력이 최근에는 경영 전반과 신공정 도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신공장 공사비 절감, 차입금 ‘재테크’, 생산시설 재정비 등 새로운 원가 절감 프로그램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너도나도 경영 화두로=S-LCD 장원기 대표는 최근 중소 협력업체와 간담회에서 앞으로 신공장 공사비용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장비반입이 한창인 8세대 공장 공사비를 7세대 공장 수준으로 대폭 깎아 시공업체의 적자가 예상됐지만, 예산이 줄자 시공업체는 공기를 2∼3개월 단축시켜 결국 수익을 남기는 ‘묘안’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S-LCD는 내친김에 신공장 공사비 절감을 포함해 △장비 사양(스펙) 단순화 △원부자재 국산화 △모듈공장 해외이전 등 원가 절감 4대 경영 지침까지 마련했다. S-LCD는 또 8세대 설비투자를 위해 최근 단행한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계획인 8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금액의 증자는 내년 초 장비 대금 결재 시기까지 미루기로 했다. 주주사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자본금을 미리 납입하면서 발생하는 금융 비용을 최소화해주기 위해서다.
LG필립스LCD는 생산라인 재정비를 통한 비용절감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올해 초 구미 P2, P3, P4, P5 등 4개 공장을 각각 P2-P3, P4-P5로 묶어 2개로 통합하며 관리 조직의 ‘군살’을 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로는 처음으로 동유럽 모듈 공장도 가동, 인건비와 물류비 절감에 본격 나섰다. 삼성SDI·LG전자 등 PDP업계는 최근 여러 모델을 함께 생산하던 라인을 풀HD, 50인치 등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꿔 생산효율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 혁신도 치열=부품단가 인하나 비용절감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공정 도입 경쟁도 뜨겁다.
삼성전자는 LCD패널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드라이브IC(LDI)를 기존 제품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몽블랑 7단계’ 전략을 올 연말 양산라인에 도입하는 한편 7세대에서 시범 도입한 ‘잉크젯 배향막 기술’을 8세대에 전면 도입키로 하고 연구 개발에 한창이다. LPL도 마스크 저감 기술, 잉크젯 컬러필터 기술 등 LCD모듈 부품 수를 크게 줄이는 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PDP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5월 양산 예정인 4라인에서 스크린마스크 없이 격벽을 만드는 LDP(Laser Direct Patterning)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LG전자도 42인치에 도입한 ‘필름필터’ 기술을 50인치로 확대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이외에도 기판유리 두께 줄이기, 풀HD 싱글스캔 기술 등 굵직굵직한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중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패널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이 단순한 구매 대금 인하에서 벗어나 신공정 도입으로 확대되면서 장비·재료업체들도 신공정에 맞춘 장비·재료 개발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전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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