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밀린 졸속 결정 `따가운 시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IPTV도입정책 방안 요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가 마침내 IPTV 도입 정책방안을 마련해 지난주말 국무총리에 건의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사안마다 추진위원들이 표결을 통해 ‘다수안’과 ‘소수안’을 구분해 놓은 수준이어서 통신과 방송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 차이가 적은 다수안과 소수안의 일부 사안에 대한 명확한 정리도 없어 정책방안으로서는 일관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조속한 결과를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린 졸속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도 나온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정부안으로 채택에 유력시되는 다수안에서 IPTV서비스를 방송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이는 통방융합에 의해 탄생한 IPTV를 현행 방송법에 의해 규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다수안 가운데 IPTV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은 방송법을 따르고 있다. IPTV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을 49%로 규정했지만, 외국인 의제에 대해서는 방송법을 준용하기로 한 것이다.

방송법에서 외국인 지분율을 보는 기준은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준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면서 15% 이상을 소유한 경우에 외국인으로 보지만, 방송법에서는 최대주주가 외국인일 경우 모두 외국인으로 간주한다. 또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외국인이 1% 이상 지분을 소유한 경우에만 외국인 지분율에 포함시키지만, 방송법에서는 1% 미만에 대해서도 외국인 지분율에 포함한다.

이같은 기준을 감안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외국인 지분율이 48.93%(6일 기준)인 하나로텔레콤은 방송법 적용시 54%에 이른다. KT도 47.76%로 위험한 수준이며, 포털사업자인 NHN도 외국인 지분이 56.98%나 된다. 때문에 이번 방안이 채택돼 반영되면 이들 통신사업자는 IPTV 서비스 제공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IPTV사업자의 면허 방식을 허가제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통방융합에 의한 규제완화 추세와는 배치되는 결정인데다, 실시간 방송을 제외한 주문형비디오(VOD)만 제공하는 경우에도 허가제로 해야할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융추위의 IPTV도입 정책방안은 앞으로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논의를 거쳐 정부 최종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안이 결정되면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과정에서 정부안이 지난번 기구통합(정통부+방송위원회)안의 경우처럼 법안으로 성안할지, 국회에 전달하기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관련업계는 정부안이 어떤 형태로 국회에 전달된다하더라도 방통특위의 내용 논의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통신·방송업계 반응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IPTV도입 정책방안에 대해 일단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최대 관건이었던 대기업의 진입제한을 두지 않았고 전국권역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KT측은 “서비스 조기 활성화 소비자 편익 제고 측면에서 일단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PTV 서비스를 방송으로 본 것이나 망개방 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KT의 한 관계자는 “초기부터 동등접근 의무를 준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우며 점유율을 규제할 때의 기준도 디지털방송만 따로 구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PTV가 방송법에 의해 규제될 경우 외국인 지분제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이 외국인 지분을 보는 내용이 달라 방송법을 적용할 경우 하나로의 외국인 지분은 54% 가량으로 최악의 경우 IPTV 사업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IPTV 논의 자체가 통신사업자들이 IPTV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외국인 지분이 문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안이 앞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것인가 대해서는 통신사업자들은 대체로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안은 그동안 첨예했던 논란을 대충 짜깁기한 형태에 불과해 불씨는 여전하다”며 “결국 기존 논란이 또다시 불거져 시행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통신사업자의 IPTV시장 진입을 반대해온 케이블TV업계 역시 이번 융추위 방안에 대해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케이블TV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이번 방안에 대해 “IPTV를 방송서비스로 규정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국회 등에서 IPTV 관련법 개정논의에서 케이블TV업계가 줄곧 주장해온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KT의 지배력 전이방지를 위한 자회사 분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기업제한으로 의미를 희석시킨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사업권역의 문제에 있어서도 전국면허로 결정함으로써 지역미디어인 케이블TV와의 공정경쟁에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협회는 향후 케이블TV를 전국 권역으로 규제완화 하더라도 일정기간의 유예가 불가피한 현실이 법 개정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혜·최순욱기자@전자신문, ihcho·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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