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개화(開花)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목적은 조선의 근대화다. 당시 나라 안으로는 자본주의 근대사회로 나아가려는 정치·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었다. 밖으로는 통상을 요구하는 구미 자본주의 열강의 위협이 높아만 갔다. 중인출신 지식인과 양반관료들 사이에선 사회경제적 모순을 깨닫고, 세계 역사의 발전 방향에 따라 사회를 이끌려는 개화사상이 형성됐다. 이 사상을 근거로 한 결집 개혁세력이 개화파고, 그들은 갑신정변을 주도했다.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이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관세를 철폐하고 수출입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나라와 나라가 FTA를 체결한다. 개방을 통해 사회경제적 모순을 극복하고, 세계 무역의 발전발향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19세기 말 갑신정변 발발 이유와 닮아 있다. 시대적인 요구사항인 ‘근대화를 위한 개화’가 일맥상통한다. 근사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갑신정변은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다. 이유는 민중의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중을 설득하지도, 민중으로부터의 동력도 얻지 못한 개화파만의 개혁이었다. 오늘날 FTA의 성패도 민중의 지지에 달려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한미 FTA 체결 소식을 전해 들은 중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FTA 조기 체결을 강력히 희망하고 나섰고, 멕시코는 벌써부터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두려운 존재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나라 안에서도 언론과 거대 야당이 모처럼 칭찬일색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덕분에 바닥을 기던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분위기는 매우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포만감에 취해 휴식을 찾을 때가 아닌,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할 시기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러오던 위기의식이 한미 FTA 한방으로 해소될 리 없다. 정부가 최근 기업총수들의 잇따른 경제위기론을 놓고 지나친 호들갑이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위기는 위기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건강한 경제, 튼실한 산업구조가 절실하다. 우리 민족은 특유의 위기극복 능력을 가졌다. 이 능력을 한데 모은 강력한 민중적 지지 기반과 발전적 산업 기반을 갖춰야만 삼일천하가 아닌 진정한 개화를 기대할 수 있다.

  최정훈차장·솔루션팀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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