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신세계가 열린다는 의미다. 20여년 전부터 조금씩 싹을 틔우기 시작한 가상현실 기술이 인터넷을 타고 새로운 신세계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 신세계의 창조자는 인간이다. 태초에 신이 우주를 창조하고 인간을 만든 데 이어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단초는 세컨드라이프다. 세컨드라이프는 지난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린든 랩이 선보인 3차원(D) 가상현실 사이트다.
이 공간에는 주민이 있고 집·건물·도로·나무·숲·강·바다·나비·바람 등 현실과 똑같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욱 세련되고 낭만적이다. 사람들은 화폐를 이용해 자동차를 사고 건물을 짓고,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도 한다. 식사 후에는 근사한 커피숍에 앉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들으며 친구와 담소도 즐긴다.
현실과 흡사한 또다른 세계다. 정치·사회·경제·문화의 기능을 다 갖고 있다는 의미다. 세컨드라이프는 린든 랩이 2003년 세컨드라이프로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3D 게임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현실이 됐다. 불과 3년 만에 가입자가 500만을 넘어서면서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하루 소비 규모만도 150만달러에 달한다. GDP 규모도 지난해 6400만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10배가량 늘면서 6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가상의 신세계 사이트 세컨드라이프가 미래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는 구글이나 유튜브,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화제 기업으로 떠올랐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은 이 같은 변화의 서곡에 불과하다. 아직은 판도라TV의 진화 방향을 예단할 수 없지만 이 같은 신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위키디피아’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도 마찬가지다.
세컨드라이프는 분명히 이전의 가상현실이나 UCC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공할 만한 3D 엔진으로 무장한데다 그래픽과 속도, 용량처리 면에서 기존 가상현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인간의 오감도 조만간 가상현실에서 느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또 하나의 신세계를 창조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실제화해 주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IBM·델·AMD·시스코는 세컨드라이프에 이미 지점을 설립했다. 도요타·BMW·닛산 등도 가세했다. 스웨덴은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나섰다. BBC·C넷·로이터 등 언론계도 출사표를 던졌다. 힐러리 등은 대선캠프도 차렸다.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입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LG·현대차 등 많은 국내 기업 역시 본사 혹은 지점을 신세계에 설립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의 신세계에서 비즈니스 큰 장터가 서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가상현실이 현실세계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상현실이 현실세계를 모방하면서 현실과 가상이 공존, 혹은 결합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MS·구글·우대칼스 등 몇몇 기업은 실제 도시를 3D로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쯤이면 현실의 집주소가 가상현실의 주소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지금처럼 별도의 IP어드레스를 가질 필요가 없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의미다.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출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 이 멋진 신세계를 비즈니스의 장으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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