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12월, EU에서 개발한 ECA 위성이 발사 후 불과 10초 만에 추락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본적인 소프트웨어(SW)테스팅이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테스팅의 부재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EU시민 개개인은 50유로씩의 비용부담을 안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SW테스팅에 소홀한 한국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실제로 한국시장에서는 지금도 드러나지 않게 테스팅 소홀로 인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테스팅 소홀로 일어난 문제들이 엄청난 유지보수라는 명목으로 커버되는 실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나이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시 테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문가 7명이 4개월 동안 추가 보수작업을 벌였다”며 “이에 따른 인건비와 부대비용, 업무손실 비용을 모두 계산하면 비용만 족히 10억원을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W가 많이 장착되는 셋톱박스 제조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셋톱박스의 경우 방송망을 통해 일부 SW의 업그레이드나 결함을 수정하는데 이 같은 결함을 수정하는 SW에도 결함이 생기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증언이다.
셋톱박스 업체 관계자는 “결국 일일이 제품을 찾아 수정하거나 제품 전체를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 같은 문제는 모든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TV의 경우도 제조회사 측에서 일일이 제품을 찾아다니며 결함을 수정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임베디드SW가 핵심인 휴대폰도 예외는 아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모 휴대폰 벤처업체가 무너진 것은 SW불량이 너무 많아서며, S사의 휴대폰은 개발비용보다 결함 수정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 사례도 있다.
권원일 STA대표는 “이 같은 결과는 빠른 기간 내에 개발하는데 만 신경을 쓰고 불량률을 줄이는 데 소홀한 결과”라며 “특히 정부 프로젝트의 경우 짧은 기간에 무리한 개발을 요구하는 IT서비스업체들의 개발관행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SW테스팅에 대한 소홀은 SW글로벌화를 외치는 국내 SW업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아이파크 동경사무소는 2005년 기준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한 한국 SW업체 20% 이상이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철수 배경의 하나로 한국에서 100%의 인정을 받는 품질이 일본에서 70∼80% 수준의 평가를 받는 점을 지목했다.
IDC가 2005년12월에 발표한 ‘IDC정보사회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총 IT 대비 SW순위가 2004년 39위, 2005년 37위로 하위권을 돌고 있다. SW의 품질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내SW개발업체 대부분은 테스팅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권 대표는 “삼성전자의 경우 테스팅 인력만 600명을 확보하고 나름대로 테스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타 중소SW 업체들은 사실상 테스팅에는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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