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인간의 삶에 들어온 것은 불과 60년 정도다. 이 짧은 기간에 컴퓨터는 사람들의 일터와 주거 공간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생활패턴과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도 사람들은 좀더 빠르고 성능 좋은 컴퓨터를 원한다.
과거 물리공간에 존재하던 수많은 기능이 무서운 속도로 컴퓨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보고 윌리엄 J 미첼은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처음으로 제안한 마크 와이저는 컴퓨터를 싫어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책상을 독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성숙한 기술은 ‘사라지는 기술(disappearing technology)’이라고 정의했다.
컴퓨터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미래에는 오히려 컴퓨터나 통신기기가 사용자보다 훨씬 많아진다. 그러나 존재의 형태가 달라진다. 컴퓨터는 이제 사물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그 사이를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컴퓨터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우리 인간들은 컴퓨터를 잊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며 매일 자유롭게 생활하면 된다. 나머지는 칩과 센서 그리고 네트워크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컴퓨터로 무장한 사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미래 정보기술(IT)이 가져다줄 생활혁명의 진수다.
이런 시대가 오면 지천으로 깔린 컴퓨터는 사용자가 자신을 이용해주기를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정보기기 때문에 사용자가 귀찮아지지 않는 것이 소중한 덕목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진 컴퓨팅(embedded computing),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처리하는 기술(calm technology)이 중요해진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컴퓨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서 생활을 도와주는 컴퓨터. 이것이 컴퓨터의 미래상이다.
◆주상돈차장·u미디어팀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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