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김종갑號` 풍랑 속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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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반도체 김종갑호가 세계 3대 반도체회사를 목표로 30일 공식 출범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9일 주총과 이사회를 잇달아 개최, 김종갑 내정자를 하이닉스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 신임사장은 30일 이천 아미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하이닉스 김종갑호의 출항을 알린다.

 김 신임사장은 주총 직후 가진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0년 세계 3대 반도체회사를 목표로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기본 계획은 확정했다”며 “취임 후 100일 동안 회사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내부적으로 세계 3위를 위한 단계별 전략과 비전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풍랑 예보 속 출항=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시장 환경이 뒷받침되면서 사상 최대 이익률을 구가했다. 하지만 김종갑호가 키를 넘겨받기 직전인 올 1분기부터 세계 시황이 악화되며 ‘풍랑예보’가 잇따르고 있어 사실상 김종갑호는 ‘지난해 호황에 따른 기대치 상승’과 ‘현실적 난제’라는 이중고를 안고 닻을 올리게 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좋은 시절은 다 가고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에 거대 하이닉스를 맡은 김 신임사장이 ‘성과만큼 평가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보여줄 경영능력이 관심거리”라고 입을 모은다.

 ◇100일 전략 회의=내정자 신분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김 신임사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김종갑호의 색채는 ‘신중한 검토와 빠른 결단’이다. 청주 1차공장 건설계획도 내정자로서 거의 매일 출근해 관련 정보를 모두 보고받고, 한시가 급하다는 판단 아래 전격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신임사장은 취임일로부터 100일을 ‘하이닉스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숙고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경영목표 △조직개편 △우선 해결 과제 △미래성장동력 등에 대한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토론을 거쳐 순차적으로 ‘결론’을 도출해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김 신임사장의 한 측근은 “이미 회사의 주요 이슈는 다 보고받은 상황이지만 최소한 두세 달은 실제로 부딪혀 겪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신임사장의 생각”이라며 “따라서 김종갑호의 진용(조직개편)과 추진 전략이 윤곽을 드러낼 시점은 하반기 초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제와 전망=김종갑호는 곤두박질치는 반도체 경기와 맞서는 것 외에도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시름 놓았지만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으며 주인찾기, 상계관세, 선행기술 개발, 200㎜ 팹 업그레이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진출 문제 등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김종갑호가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 회사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 갖추기’다. 이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채권단관리 시절 몸에 익어버린 ‘벼랑 끝 경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사장은 특허청장 시절,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해 정부혁신기관 1위에 올려 놓은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정보화를 통한 체계적 정보관리 △성과주의 경영을 통한 조직 쇄신 △지식 경영·고객만족 경영을 추진, 산적한 과제를 헤쳐 나갈 체계적 조직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고생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임직원들을 다독이는 것도 김 신임사장의 시급한 임무다. 따라서 조만간 개인별·팀별 임직원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체계가 마련되고, 이를 반영한 승진인사도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내외 역량 집중으로 정면돌파=30일 김 신임사장 취임식은 여느 취임식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취임식은 간단히 치르고 곧바로 ‘하이닉스 발전제언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 이 때문에 취임식은 외부 VIP는 물론이고 협력업체 사장들조차도 초청하지 않은 순수한 내부행사로 치러진다. 특히 하이닉스 발전제언 세미나는 경영 측면과 반도체기술 측면에서의 전략을 외부 전문가로부터 듣고 토론하는 자리로, 열린경영을 지향하는 신임사장의 철학이 담긴 행사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는 장비·재료 등 협력업체를 상생의 정신을 기반으로 적극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사장은 “내부조직구성원·협력업체 모두 자신의 노력만큼 인정받고 평가받아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며 “하이닉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암초를 제거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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