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박과장, 주식고수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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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식투자에 재미를 붙인 초보투자자 김대박 과장(40). 욕심내지 않는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수십억원을 벌었다느니 하는 ‘재야고수’들의 활약상을 접하면 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큰맘먹은 김 과장은 급기야 회사를 조퇴하고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빌딩에서 열린 ‘성공투자교실’에 갔다. 강사는 한 실전투자대회에서 88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로 우승한 ‘지킬박사’ 이상암씨(45). 필살비법을 전수받기보다는 그저 승부사들은 어떻게 투자에 임하는지가 궁금했다. (아래 내용은 이날 설명회와 이상암씨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임)

◇선생님…=오후 4시 30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육장은 이미 80여명의 수강생들로 꽊 찼다. 지난 설명회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사전에 참석자 수를 제한했다고 한다. 노년의 신사부터 직장인, 주부는 물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도 보였다. 노트를 펼치고 메모를 준비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옆자리에 앉은 한 직장인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서울 미아동에 산다는 박근형씨(가명·39)는 “‘선생님(수강생들은 이상암씨를 이렇게 불렀다)’은 과학적인 기법으로 매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탐욕·공포의 3일=이씨는 속칭 ‘상따’(상한가 따라잡기)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탐욕도, 공포도 3일이면 끝난다고 했다. 상한가가 3일 연속되면 마냥 좋아하던 투자자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반대로 하한가가 3일째 계속되면 공포심에 떨던 투자자들도 이제 사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4일째에 이와 반대 흐름을 보이면, 즉 상한가 3일 이후에 또 상한가가 이어지면 급등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어 ‘숏티’(short T)와 ‘롱바디’(long body) 등 상한가 유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초짜’ 김 과장에게 ‘타짜’ 이씨의 기술적분석 설명은 딴세상 얘기로 들렸다.

◇따라하지 마세요=강의 막바지에 뜻밖의 말이 나왔다. 이상암씨는 “‘상따’를 설명한 것은 여러분이 이를 제대로 알고 실전에서 따라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의아해하는 김과장에게 이상암씨가 설명했다. 그는 “웬만한 상한가 종목에는 ‘세력’이 달라붙기 마련”이라며 “세력은 상한가 한번을 위해 길게는 6개월에서 1년씩 사전작업을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무시했다가는 피같은 돈을 갖다 바치게 되니 자기 자신을 통제하며 절제된 투자를 하는 것만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옆자리 박근형씨도 거들었다.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하루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는 전업투자자들과 달라요. 근무시간 중에는 주가도 확인하기 힘드니 사실 따라하고 싶어도 못하죠.”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2시간 30분간의 강의가 끝난 후, 김과장은 이씨를 둘러싸는 수강생들을 뒤로하고 교육장을 나왔다. ‘상따’니 ‘숏티’니 하는 말보다는 △심리 △시간 △자금을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는 이씨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호준·황지혜기자@전자신문, newlevel@



◆이상암씨는…=국회 행정직 공무원 출신으로 수차례의 깡통계좌를 경험한 후 8년전부터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지난 2005년말 열린 한화증권 실전투자대회에서 석달 만에 투자원금 257만원을 2288만원으로 불리며 우승, 유명세를 탔다. 현재 경기도 부천 소재 개인사무실에서 5명의 제자들과 같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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