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홈 혁명 거실을 잡아라]2부 이렇게 이뤄진다⑤차세대 영상저장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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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홈 엔터테인먼트 세상의 백미’, 차세대 광 저장장치가 서서히 생활 속을 파고 들고 있다. 집안에서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초고화질·입체음향 콘텐츠를 즐기려면 무엇보다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담고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 법. 지난해부터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 블루레이 디스크와 HD DVD가 차세대 광 저장장치 시장을 이끌 양대 주역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이 확산되고,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지구촌의 시선을 끌면서 더 이상 DVD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차세대 광 저장장치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광 기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 기술은 종전 DVD의 저장용량을 5배 가량 늘린 25GB까지 수록할 수 있다. 현재 DVD가 파장 650나노미터의 적색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블루레이 기술은 파장 405나노미터급의 청자색 레이저를 이용해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블루레이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의 소니·히타치·마쓰시타·파이어니어·샤프·미쓰비시, 네덜란드의 필립스, 프랑스의 톰슨멀티미디어 등 굵직굵직한 대형 업체들이 참여해 지난 2002년 등장시킨 차세대 광 저장기술이다. 반면 또 다른 차세대 기술 가운데 하나인 HD DVD는 도시바와 NEC의 광디스크 기술(AOD)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역시 405나노미터급 광원을 레이저로 쓰고 있으며, 평면 저장용량이 15GB에 달해 기존 DVD에 비해 3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차세대 광 저장장치 기술이 종전 적색 계열 광원 블루 레이저를 이용하는 이유는 높은 저장밀도를 읽어낼 수 있도록 레이저의 파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DVD가 예전 CD에서 사용하던 광원 파장보다 짧은 레이저를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차세대 광 저장장치가 주목받게 된 배경은 최근 고화질 디지털(HD) 방송이 등장하면서 DVD의 용량이 한계에 부딪힌 요인이 크다. DVD는 ‘480i’ 표준 해상도를 지원하는 데 그쳐 ‘720p/1080i’ 해상도를 요구하는 HD 방송 등 고화질 콘텐츠를 담기에는 근본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블루레이 디스크는 싱글 레이어 25GB, 듀얼 레이어 50GB의 데이터를 각각 저장할 수 있다. 이 정도면 1080i HDTV 동영상을 2시간, 일반 TV 영상을 16시간 가량 담아낼 수 있는 용량이다.

 하지만 아직은 차세대 광 기기 시장의 걸림돌이 적지 않은 형국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HD 방송이 이제 막 확산단계에 이른 데다 HDTV와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또한 대중화를 위해서는 차세대 광 저장장치 관련 제품의 가격도 보급화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특히 지금은 블루레이 기술진영과 HD DVD 기술진영이 나뉘어 향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향배가 언제, 어디로 빠르게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블루레이 기술진영의 선두에 서 있고, LG전자는 이와 동시에 최근 블루레이·HD DVD 디스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SMB’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국내 업계의 공격적인 시장확대 전략에 힘입어 차세대 광 기기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차세대 플레이어 시장은 오는 2010년 약 25억달러, 리코더와 드라이브를 합치면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차세대 광 저장장치의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풀 HD’ TV 또한 전세계 시장에서 올해 710만대에서 오는 2010년 366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VD 시장이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9.2%까지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를 차세대 광 기기가 메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루레이·HD DVD 시장은 지난해 전체 광 기기 시장의 0.2%에 그쳤지만, 오는 2010년께면 21%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광 저장장치 기술경쟁 역사 

 1982년 광 저장 매체인 CD가 등장한 이후 광기기 기술은 그 용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며 멀티미디어 세상을 열어 왔다. CD가 마그네틱 테이프를 넘어 새로운 오디오 환경을 제공했다면 DVD는 VCR에서 탈피해 새로운 영상환경을 구현한 것이다. 과거 VCR는 1974년 소니에서 태동돼 1976년 JVC로 이어졌고 국내 업체가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체제를 갖추기까지는 최소 3∼4년이 걸렸다. DVD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기술 참여는 배제됐던 게 사실이다. 초창기 DVD 기술규격을 결정하는 모임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고, 기본 규격이 완성된 뒤에야 비로소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10여년간 DVD 시장에서 국내 업계가 막대한 기술 특허료를 해외 기업에 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일본계 업체들이 주도하던 광 기기 시장은 이제 초고화질을 표방하는 차세대 환경으로 진화하면서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과거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차세대 광 기기 개발에 착수, 마침내 2002년 차세대 기술인 ‘블루레이 디스크 파운더스’의 9개 창립 멤버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광 기기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는 블루레이 기술진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관련 기술특허도 다수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를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기선을 잡는 개가를 올린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LG전자 또한 차세대 광 기기 시장 양대 기술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블루레이·HD DVD 겸용 플레이어(SMB)를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국내 업계의 선도적인 행보가 최근 돋보인다.

 지난해부터 개막된 차세대 광기기 시장은 HD DVD 진영과 블루레이 진영간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과거 VCR 시장에서도 10년간의 기술경쟁 끝에 소니가 ‘베타’ 방식을 포기함으로써 VHS가 승리한 사례가 있다.

 일단 현재로선 블루레이 진영이 우세해 보인다. HD DVD 진영에서는 실제 완제품을 제조·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일본 도시바가 유일한 반면, 블루레이 진영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소니·샤프·마쓰시타·파이어니어 등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도시바의 HD DVD 플레이어 출시와 직후인 6월 삼성전자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출시를 계기로 시작된 양 기술진영간 시장경쟁은 올해부터 본격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세계 시장에 2세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적극 확산시키는 한편, LG전자가 SMB 플레이어로 시장 선점에 나서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고-차세대 광 기기 시장과 삼성전자의 비전

: 삼성전자 디지털AV사업부 HP개발1그룹장 임만규 상무

 이제 사람들은 예전 브라운관 TV가 제공하는 화질에 만족하지 못한다. 어느샌가 고화질(HD) 영상에 익숙해진 탓이다. 영화가 전달해주는 재미와 감동,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HD 화질이 제공해주는 생생한 화면을 통해 더욱 배가된다. 이처럼 고화질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점차 강해지자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저화질의 수요는 도태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HDTV 보급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HD 콘텐츠는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 제한돼 고화질 영상에 목말라하는 소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 선보인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와 이를 통해 재탄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기존 DVD에 비해 5배 이상인 저장용량에 담긴 영화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영상·음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초기 DVD 개발에 참여하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차세대 광 저장장치 사업에 있어서는 업계 후발 주자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또한 이미 DVD 시장 포화로 심각한 가격경쟁이 벌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DVD 업체에 지급하는 기술특허료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는 국내 광 저장장치 산업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차세대로 넘어오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블루레이 디스크 개발멤버로 참가해 핵심 기술 100%를 확보하며 주도권을 쥐게 됐다. DVD 시절과는 반대로 특허료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고화질·고음질 외에 블루레이 디스크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BD라이브’로 불리는 네트워크 기술은 이용자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 언제든지 해당 영화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나 속편·예고편 등 추가적인 콘텐츠를 제공받게 해준다. 향후 삼성전자는 광 저장장치 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이른바 홈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장 확대를 선도할 보급형 제품도 출시하기로 하고 현재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미 3년전부터 슈퍼렌즈·홀로그래픽 등 다음 세대 기술도 앞서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광 기기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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