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10개월 인티그런트 "연구만 해요, 연구원이니까요"

합병 10개월, 인티그런트 연구원에게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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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본기 수석연구원.

 “인수합병된 후 학회를 제외하고는 출장을 가 본적이 없어요. 옛날에는 제품 개발을 하면 고객 대응까지 모든 것을 해야하기 때문에 매주 중국에 가야했는데, 지금은 ADI의 인프라를 활용하니 연구실에 앉아 나의 연구와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어요”

 국내 RF 칩 전문 팹리스 업체인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가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시스(ADI)에 인수된 후 10개월이 됐다. 인티그런트의 연구원들은 그 동안 가장 달라진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출장을 안 가는 것’이라는 독특한 대답을 했다. 그 말은 회로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순수 연구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의 RF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김본기 수석 연구원은 “회사가 매각됐다기보다는 ADI의 많은 인프라를 우리가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 전에는 칩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관련 반도체설계자산(IP)을 직접 개발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논문부터 다 뒤져야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리고 개발 이후에는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며 “수천 개에 달하는 ADI의 IP나 문서를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 있는 ADI의 필드애플리케이션엔지니어(FAE)들까지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주니 그들이 쌓아 놓은 노하우를 얻은 듯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개월 간 연구원들은 ADI 고유의 개발환경과 툴을 익혀,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작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국 ADI 현지 연구소와 합작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형 모바일TV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다.

 김 수석연구원은 “핵심 회로를 설계하며, ADI 본사 사람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했다”며 “기술적으로 배우는 것도 있지만, ADI의 백발이 성성한 원로들이 개발에 열중하고 학회에서 열심히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꿈꾸게 되는 것도 얻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이나 마케팅 부문의 변화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회계 방식의 경우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통 무형자산으로 처리를 하는 부분을 미국에서는 비용으로 처리 한다. 방식이 다르고 까다로운 점이 많지만 그만큼 투명해져 회사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인티그런트는 ADI 고유의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를 그대로 도입했다. 이 방식은 실천에 앞서 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리뷰해 보는 과정에 70%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어렵지만 일단 실행에 들어가면 확실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티그런트는 R&D 중심 조직이 되면서 개발과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범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사장은 “수십년 역사의 노하우를 배우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회사로 바뀌어 가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이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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