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이 융합한 IPTV서비스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이른바 ‘웹2.0’을 통해 기업의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다시피 할 태세다. 올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뛰는 사람들도 UCC 열풍 안으로 온몸을 내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존 IT 서비스 간 경쟁도 확대되면서 서로 다른 통신망들이 통합하는 추세다. 이렇듯 전환의 조짐이 곳곳에서 뚜렷한 가운데 ‘가장 먼저 풀어내야 할 정책적 과제’가 무엇인지 본 연중기획 자문단에게 물었다<편집자, 가나다 순>.
◇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통방융합, u헬스, u시티 등 컨버전스 시장 조성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책개발과 산업진흥에 있어 기업-정부-소비자간 협업모델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무엇보다 휴대폰·반도체·LCD 등 특정제품에 국한된 수출 구조로는 더 이상 IT 산업의 미래는 없다. 수출제품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마케팅과 동반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도 절실하다. 우리나라 전체 IT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약 7∼8%)을 세계 수준으로(약 23%) 향상시키고 △소프트웨어 인식 제고 △고급인력에 초점을 둔 인력양성 △유망 소프트웨어 집중지원이 필요하다.
◇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타산업과 IT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IT활용도를 제고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산업에서 IT 활용도가 미흡하다. 다른 산업에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특정분야에 편중된 IT산업구조도 재편해야 한다. 우리나라 IT산업이 잘 나간다지만 반도체·휴대폰·LCD등 몇 개 품목에 편중돼 있다. IT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산업의 집중 육성도 필요하다. 국내 IT산업 중 특히 낙후된 소프트웨어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한국 IT의 미래는 없다. 이와 함께 세계적 수준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혁신 없이는 IT코리아 2.0으로의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IT 서비스의 내용을 이루는 콘텐츠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인력, 자본, 유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우선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전문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갖추고 창의적으로 제작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술개발자, 마케터도 필요하다.
또 문화콘텐츠 사업자가 투자여력을 보유하고, 산업 전반에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산업은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투자조합결성을 지원하는 등 환경개선에 나섰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기업의 참여 및 투자가 필요하다. 불법유통으로 인해 시장이 축소되고, 피해가 늘어나는 것도 해묵은 얘기다. 지적 재산 보호, 합법적인 유통 보장책을 찾아야 한다.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우리나라는 민간과 정부의 노력으로 짧은 시기에 IT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융합과 같은 새로운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패러다임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에 IT 정책의 주안점을 두자. IT 활용주체들의 역동성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급에서 수요중심으로 산업정책방향을 전환하고,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민간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규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기회의 균등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네티즌과 비네티즌의 괴리는 IT가 제공하는 변화 동력의 극대화에 장애가 될 것이다. IT 정책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IT가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주요 국정목표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현재 우리 디지털 문화의 가장 큰 맹점은 ‘창조적 미래’를 태동케 할 창조적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의 창조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디지털 윤리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이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알기 시작하는 단계부터 인터넷의 올바른 사용법과 윤리, 창조적 활용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학교 교육이 이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보통신 윤리는 물론 각종 디지털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실습이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돼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인터넷 최초 접속부터 올바른 활용까지의 건전하고 생산적인 디지털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우리나라 IT산업은 90년대 이후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의 성장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특정 정보통신기기 등에 편중된 성장을 보이고, 단순 소비적인 IT 활용산업에 치우쳐 있는 문제점이 있다. 또 새로 부각되는 신흥 E7 국가들에 의해 계속적인 IT산업 성장에 장애가 예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마이스페이스·유튜브 등의 사례처럼 참여와 공유라는 개방형 구조의 새로운 IT 환경 시대를 맞이하여 ‘IT코리아 2.0 산업 환경의 틀’ 마련이 필요하다. 즉 산업시대의 기업이나 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IT의 접목을 통한 ‘파괴적 혁신’과 ‘창조적 공유’가 새로운 가치 중심이 되며, 이러한 가치사슬의 조성 및 확장이 IT코리아 2.0 시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양준철 정통부 미래정보전략본부장= 정책 초점이 행정부에서 민간 소비자, 네티즌으로 옮겨질 것이다. IT가 국민 실생활에 활용되고 IT를 통해 산업·기업 생산성이 향상되며, 고용창출로 이어질 전략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를 활용해 어린이 보행안전을 지원하는 등 국민 생활 가까이에 IT를 가져다 놓자.
이를 위해 국가사회 정보화 총괄·조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웹2.0 트렌드 확산에 따른 경제·교육·미디어 등 분야별 영향을 예측·분석해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네티즌 참여와 공유를 통해 확산하는 UCC 등의 활성화 및 역기능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네티즌들이 알기 쉽게 적법한 UCC를 제작할 수 있도록 공공 정보자원을 공개하고 ’건전 UCC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겠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인터넷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 오지철 케이블TV방송협회장=방송과 통신 융합서비스는 시청자 혹은 수용자 중심의 서비스 개발과 정책 변화를 요구받는 시점에 놓여져 있다. 또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놓여있는 콘텐츠가 산업적으로 결실을 맺게 되는 전환점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도 변화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빈약한 콘텐츠가 기술의 발전과 동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제도적 틀이 우선돼야한다. 산업화에 필요한 원칙은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와 공정경쟁을 위한 기반 마련에 있다. 특히 패러다임이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은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정책목표에 기반해야 한다. 다채널 매체인 케이블TV가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듯 새로운 서비스 역시 소외계층이 생기거나 계층 간 격차를 벌이는 매개체가 되어선 안된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과거에는 인터넷에서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별개로 존재했으나, 웹 2.0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블로그, UCC 등은 인터넷이 가진 ‘개방, 참여, 공유’라는 특성과 맞물려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정보 및 사생활 노출 피해가 우려된다. 또 정보 저작권 분쟁, 왜곡된 정보 등 역기능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웨어’와 같은 악성코드가 전파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정보생산과 안전한 이용을 위한 새로운 문화의 형성이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더욱 확대·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석식 건국대 대외협력부총장= IT 코리아 2.0의 핵심은 정보의 쌍방향 흐름, 능동적인 정보 소비자,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일체화, 정보 관련 활동의 연계·융합 등이다. 특히 정보 생산자에 대한 통제 불능 상태는 우리 사회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 음란물이 등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현상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 공동체에 해악이 될 프로그램은 만들지도 않고 유포시키지도 않는 ‘도덕적 자율인간’을 길러내야 한다. 정보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의 건강한 마음 씀씀이가 IT 시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IT 부작용을 예방하는 프로그램 개발자도 양성해야겠다. 포털 사이트에서 인간의 눈과 손을 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서다. 특별한 창의성과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인재라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별취재팀
팀장=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etnews.co.kr
권상희·김태훈·김인순·권건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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