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원가절감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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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 관련 싱크탱크에서 쏟아내는 보고서들은 한결같이 올해가 작년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올 상반기에 경기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의견, 외환위기 10년 주기설 등이 회자되면서 어수선함을 더하고 있다. 한미 FTA, 대통령 선거, 북핵 추가실험 가능성 등 굵직굵직한 사안 역시 국내 경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수출 기업이나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 모두 원화 강세와 내수 부진이라는 복병을 만난 형국이다. 끝날 줄 모르는 유가 상승 곡선으로 경영 수익성도 나빠지는 상황이다.

 한때 연매출 4000억원을 기록했던 휴대폰 업체 VK 사태를 비롯, 연간 매출액이 3조원대에 이르던 팬택계열이 만만치 않은 경영 환경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의 긴 터널에서 힘겨워하는 모습만 봐도 최근 기업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탓인지 최근 원가절감에 대한 기업체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구매비용 1% 절감은 종업원 수 6.7% 감원, 재고 10% 줄이는 것, 판매량 3% 늘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어떻게 줄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단기적 차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는 데는 성공하지만 ‘경영혁신’ 기치 아래 기업 체질개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실패하기 일쑤다.

 원가절감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기업의 경우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취약점을 가지고 있어 제3자적 시각에서 솔루션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IT기업은 대기업 속에서 세트업체로서 원가 경영에 수동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원가’로 힘겨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업종 특성상 이직률이 높고 기업 발전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인재 풀로 인해 자체적인 원가절감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

 게다가 장치산업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협업 관계가 거미줄처럼 형성돼 있어 감히 손을 못 대는 경우도 많다. 세계 1위 키패드 제조사인 D사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20여개의 주요 협력업체가 부품을 모두 생산하고 조립의 80%를 전담해서 D사 제조비율이 매우 낮아 협력업체의 효과적인 관리가 핵심 경쟁력인 상황에 있었다. 또 세트업체로서 대기업의 단가인하 압력을 고스란히 협력업체에 전가해 협력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D사와 협력업체 간 프로젝트 공동참여를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워크숍, 브레인스토밍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개선 의지를 보완하고, 원가절감 프로젝트 조직의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원부자재 구매에서는 통합구매, 통합관리를 원칙으로 모든 구매 아이템에 대한 신규업체 발굴, 대체재 발굴, 물량 통합, 전략적 협상, 체계적인 입찰 프로세스 도입을 실시해 총 대상 비용 대비 21% 절감을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협력업체 119억원, D사 154억원 규모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른바 잘 나갈 때 기업 체질강화 작업을 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기가 중요하다. 기업 경영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기업 체질개선 작업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출 전문 기업들의 경우 환율변동이나 넛크래커 상황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유비무환식 원가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구매·생산·물류 등 기업의 운영 프로세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요소의 개선작업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김용철 네오플럭스컨설팅 대표 yongkim@neoplu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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