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승강기 안전기준 강화방침에 관련업계 걱정 태산

Photo Image
최근 추락사고에서 구조적 취약점이 일부 드러난 승강기 도어와 추락방지판 ‘가이드슈’

 정부가 잇따르는 승강기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승강기 안전기준을 크게 강화한다고 발표하자 승강기 업계가 이에 문제를 제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주 산자부 기표원은 승강기 검사기준의 강화와 안전관리 선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승강기 안전사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표원은 우선 승강기 문이 떨어져 사람이 추락하지 않도록 승강기 도어의 강도를 높이고 문을 고정하는 추락방지판의 깊이를 재조정하는 등 상반기안에 새로운 검사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승강기 문이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추락방지판’이 문턱에 충분히 들어가 견고해야 한다는 애매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5㎠ 면적에 약 30㎏의 힘을 가할 때 10㎜ 이상 변형이 없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개정될 검사기준은 이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기표원은 설명한다.

기표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승강기 추락사고처럼 전동스쿠터, 성인 두명이 한꺼번에 부딪히는 충격을 버티려면 기존 승강기 도어의 검사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승강기 도어의 철판을 두껍게 하거나 가이드슈의 깊이를 재조정할 경우 기존 승강기 설계, 부품까지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승강기 전문가는 “승강기 도어가 갑자기 무거워지면 설계 밸런스가 깨져 문이 잘 안 닫히는 등 고객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 크루프 등 외국계 승강기업체의 경우 오로지 한국시장을 위해서 별도 규격의 승강기 제품을 만드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승강기 안전기준 강화가 자칫하면 외산 승강기에 대한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간주될 소지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표원의 한 관계자는 “국제규격과 달라도 한국의 승강기 안전문제를 해결하려면 강화된 검사기준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업계 의견도 수렴해서 검사기준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표원이 15년 이상 노후승강기에 대해 검사횟수를 기존 월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높인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설치된 승강기 33만대 중에서 15년 이상 노후승강기는 약 4만7000대(12.4%). 정부는 노후 승강기에 대한 부품교체와 검사횟수를 늘려 사고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승강기 보수업체들은 승강기 관리비는 묶어놓은 채 검사횟수만 두배로 늘리는게 말이 되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