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가 3세대(G) 가입자인증모듈(USIM)에 ‘로크인(lock-in)’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G 가입자는 자신의 USIM 하나만으로 어떤 3G폰이든 마음대로 바꿔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에도 유럽과 같이 단말기 유통 주도권을 사업자가 아닌 제조업체가 갖는 ‘오픈마켓’이 등장하게 돼 이동전화 시장 전반에 격변을 일으킬 전망이다.
KTF는 3G 휴대폰의 USIM 로크인을 해제키로 결정하고 사내 시험운용에 들어간 것으로 7일 확인됐다. USIM 하나로 가족이나 친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바꿔 쓰기도 하고 휴대폰 교체도 더욱 편하게 함으로써 3G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TF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표준인 WCDMA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가족이나 친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바꿔 사용할 수 있고 휴대폰 교체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USIM 개방을 통한 휴대폰 유통 시장 변화를 검토해온 정보통신부도 KTF의 전략 변화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통부 관계자는 “USIM 개방의 실익을 면밀히 검토하는 단계”라며 “3G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USIM이란 가입자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칩으로 3세대 WCDMA 표준 필수규격이다. 사용자는 단말기와 사업자에 상관없이 이 카드만 구입하면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F는 가입자를 자사의 관리 아래 두기 위해 USIM카드에 로크인 기능을 채택했다. USIM과 특정 단말기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휴대폰이 개통되지 않도록 한 기능이다. KTF 가입자가 구입한 USIM 카드는 SK텔레콤 휴대폰은 물론이고 다른 KTF 휴대폰에서도 쓸 수 없었다.
KTF는 우선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USIM을 개방할 계획이다. 향후 SK텔레콤 등 타사 가입자에도 개방할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가 현행 보조금 규제를 악용할 수 있어 정통부와 협의 중인 의무약정제 도입과 함께 서비스 시기를 조정할 계획이다.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업자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고 정작 다른 이통사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IM이 개방되면 휴대폰 시장도 변화의 회오리 바람을 겪을 전망이다. 2세대부터 SIM카드를 사용해온 유럽형이동전화(GSM) 지역은 휴대폰만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이 활성화됐다. 이통사에서 SIM카드만 사고, 휴대폰은 일반 판매점에서 사는 방식이다. KTF의 전략 변화로 국내서도 제조사나 휴대폰 전문 유통업체, 양판점 등이 중심인 일반 유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F의 관계자는 “3G 활성화라는 최우선 목표를 위해 기존 유통망에서 가졌던 기득권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 있다”며 “USIM 개방 이후에는 기존 KTF 대리점뿐만 아니라 제조사 유통망도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 요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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