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TV와 한 배를 탔다. 한 배를 탄 PC와 TV는 주생활의 분화와 결합의 모체인 거실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디지털 홈을 위해 인식의 틀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HP와 델 등 세계적인 PC업체들이 컴퓨터·프린터·TV 등을 활용한 디지털 홈을 구현했다. 전문가들은 HDTV, 고성능 게임용 컴퓨터 및 고급 오디오 장비가 새로운 컴퓨터 하드웨어의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디지털 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편리함의 생활화=한국HP가 지난달 공개한 ‘터치스마트PC’는 5감(感)을 만족시키는 노트북PC다. 19인치 LCD 화면 전체를 터치 방식으로 제어 가능하다. 키보드나 리모컨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을 거실과 부엌 사이에 두고 온 가족이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TV와 라디오 수신은 물론이고 DVD 영화 및 음악감상, 사진 출력, 쪽지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지원한다. 또한 지난 CES에서 PC와 연결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스마트TV를 선보였다. 소니 역시 이더넷 케이블을 활용해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는 브라비아 인터넷 비디오 링크를 소개했다. 특히 소니의 이 제품은 사상 처음으로 PC 없이 바로 TV로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보컴퓨터 또한 거실형 PC로 특화된 리틀루온과 함께 2월 한달간 인텔 코어2듀오 탑재 데스크톱PC 구매 고객에게 ‘플레이@TV’와 유무선 공유기를 제공한다. ‘플레이@TV’는 PC의 영상물 등 자료를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거실 및 다른 방의 TV에 출력해 주는 장치다. 특히 윈도비스타 홈 프리미엄과 강력한 성능을 가진 별도 그래픽 카드를 탑재,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홈네트워크 구축에 특화됐다.
◇더 선명하게, 더 생생하게=최근 대형 평판 TV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대형 디지털 TV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여기에 LCD 모니터에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PC는 TV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PC 제조업체들은 PC를 이용해 고선명(HD) 방송 콘텐츠를 전송, 저장, 재방송 하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인텔이나 AMD 역시 바이브와 라이브 등 디지털 홈 플랫폼을 부르짖으며 PC의 거실 공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텔코리아의 멀티미디어 칩세트 ‘바이브 기술’은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설계된 PC용 고급 브랜드. 디지털홈 PC를 구현하는 데 손색이 없다. 거실에 놓인 TV처럼 리모컨으로 작동시켜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영화나 음악도 감상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삼보컴퓨터 등의 PC제조사들이 바이브 기술을 탑재한 엔터테인먼트 PC와 노트북PC를 출시하고 있다.
AMD 라이브 역시 홈 PC 플랫폼이다. 라이브는 무선 랜을 기반으로 집안 어디에서나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버를 지향한다.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미디어에 연결, 전달, 저장, 재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의 소비자 가전 제품 및 방송용 기기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특히 MS와 협력 해 7.1채널 사운드를 지원하는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및 윈도비스타를 라이브 플랫폼과 결합함으로써 최상의 홈 엔터테인먼트 PC를 구현하고 있다.
◇‘똑똑한 집’은 표준화가 짓는다=빌 게이츠 MS 회장은 지난 CES에서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하나로 묶여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 네트워크의 관리자 구실을 하는 컴퓨터에 저장된 콘텐츠들을 무선으로 연결된 다른 방의 TV나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하지만 숙제는 기술의 표준화와 호환성이다. 현재 무선랜 지원 기기들은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하는 홈 네트워크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가전회사는 회사끼리, 제품은 제품끼리 서로 표준이 다르다. 표준이 없다보니 호환이 어렵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홈 서버만 해도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TV나 냉장고를, PC업체는 컴퓨터를 통제장치로 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각 디지털 기기를 운영하기 위한 미들웨어와 기기간 정보를 전달할 전송 규격을 둘러싸고 자사 제품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PC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디지털 가전·정보기기의 무선 연결은 디지털 홈네트워크의 기본이 되고 있다”며 “무선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제품은 이제 디지털 홈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홈 서버냐? TV냐?
‘홈 서버일까? TV일까?’
안방극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MS의 홈서버와 애플의 TV가 한판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향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거물들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MS가 홈 서버 제품을 발표함으로써 구체화됐다. 코드명 ‘콰트로(Quattro)’로 불리는 신제품은 이름만 서버일 뿐 사실상 윈도비스타 기반이다. X박스를 주요 가정용 장비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친화형 PC가 될 것으로 MS 측은 예상하고 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이 제품이 앞으로 가정 내 디지털 미디어의 백업 리포지터리(back-up repository)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지난 맥월드 2007 행사에서 휴대전화 아이폰(iPhone), 가정용 멀티미디어 셋톱박스 애플TV(Apple TV) 등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탈 PC 제조사’를 선언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애플 컴퓨터 회사명을 ‘A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교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애플이 PC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삼성·필립스·소니 등 글로벌 IT기업처럼 소프트웨어·미디어·홈 엔터테인먼트·휴대폰 등을 다루는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ZD넷 UK 자매사이트인 실리콘닷컴(silicon.com)의 독자들은 우열을 속단하기 힘들 정도의 응답결과를 보여줬다. 즉 응답자 중 54%는 애플의 승리가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고 나머지 46%는 MS의 우세를 예견했다.
일찍이 이 분야의 사업성을 인식한 애플은 2005년 말 홈 엔터테인먼트 허브 기능을 하도록 설계된 ‘아이맥 G5(iMac G5)’를 출시했다. 이는 리모컨 조작을 통해 음악·DVD 영화·사진·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재생 및 백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MS도 HP 하드웨어 상에 탑재된 홈서버를 올 2분기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홈서버 발표 당시 빌 게이츠는 “모든 가정에 서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며 “가정용 서버가 PC와 X박스, MP3 플레이어 ‘준’ 등에 저장돼 있는 모든 콘텐츠와 정보를 연결하게 될 것”이리고 밝혔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
◆기고-디지털 홈, PC가 앞장선다
: 신필호 삼보컴퓨터 영업부문장 상무
요즘 가정의 거실 풍경이 달라졌다. 브라운관 TV, 오디오, VCR 등이 차지하고 있던 거실에 디지털 TV, DVD 플레이어, 홈시어터 기기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과거 하나하나 버튼을 눌러야 구동되던 가전들이 리모컨 하나로 통합 제어되는 디지털 홈의 구현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디지털 홈은 가정 내 모든 정보 가전 기기가 홈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누구나 기기·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홈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가정 환경을 뜻한다. 그리고 디지털 홈의 중심에는 PC가 있다. PC는 빠른 데이터 처리 능력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수행하는 것 외에 외부 네트워크와 홈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홈 시대에 PC의 역할은 다양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내려받고 각 가전제품에 전송하는 역할로 PC만큼 적합한 정보기기가 없다. PC를 응용한 컴퓨팅 기술은 디지털 홈의 중추로서 영상·음향 등 멀티미디어 기기로 시작해 백색 가전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될 전망이다.
향후 PC는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건강관리(헬스케어) 프로그램, 가정 내 보안 시스템 등 특화된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이다. 디지털 홈은 궁극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 기술 구현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로 진화할 것이고 PC는 여러 형태로 변형돼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어갈 첨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미 PC 전문 업체들은 기존 PC보다 사이즈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강화된 무선랜 성능을 탑재, 거실형 PC로 적합하도록 고안된 미니PC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고 인텔·MS 등 세계 컴퓨팅 기술을 이끌어가는 선도업체들은 홈 네트워크에 적합한 컴퓨팅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
데스크톱·노트북으로 단순히 구분해 PC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전망은 디지털 홈 시대라는 큰 흐름을 감안하면 성급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디지털 홈 시대 PC의 역할과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는 PC 수요를 고려하면 앞으로 PC 시장은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 혼재된 퍼플오션의 시장이 될 것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보컴퓨터의 PLAY@TV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