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인사를 투명한 절차를 통해 뽑는 공개모집(공모)제도에 비판여론이 거세다. 공모제는 지난 2000년 중앙인사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직위공모에 관한 규정’을 공포해 2001년 외교통상부를 시작으로 행자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본연의 목표인 인사 투명성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민간인이 정부 직위에 응모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모 직위 인사든 개방형 직위 인사든 인사철만 되면 해당 부처에는 유력인사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결과를 보면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이 그 자리에 임명되는 게 다반사다. 물론 그 유력인사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빈자리를 보직 순환에 활용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개방형 직위에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신 한 업계 관계자가 “마치 들러리를 선 느낌이었다”고 한 것도 이해가 간다.
최근에는 아예 과거처럼 인사권자가 적임자를 직접 임명하는 게 낫겠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 고위공무원직뿐 아니라 최근 공모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정부 산하기관 및 공기업 CEO 모집도 마찬가지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공모제를 하면 진짜로 좋은 사람은 안 온다”며 최근 모집을 시작한 코엑스 사장 공모에는 ‘타천’도 가능하게 했다. 이 회장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말을 인용해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산삼을 찾는 일과 같다”고 했다.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삼고초려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헤드헌터를 통한 타천이다. 본인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제3의 인력 전문가를 통해 우수한 인사를 채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CEO 선임 문제로 시끄러운 하이닉스반도체도 자천뿐 아니라 타천으로 후보를 모집했고 최종 후보를 위한 배수 압축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좋은 인재, 그 자리에 적확한 인재를 모시기 위한 민간기업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대목이다.
주문정차장·정책팀,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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