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코리아 2010]2부-그래도 희망의 씨앗은 있다①선단형 수출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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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IT서비스기업인 A사는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30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중동 예멘의 전자주민증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의 대형 전자정부 사업과 중남미에서의 해외 진출 성공사례를 여러 차례 홍보한 덕에 A사의 예멘 진출은 비교적 손쉬웠다. A사는 EDCF의 권고에 따라 공급 시스템의 80% 가량을 국산 솔루션으로 채워 공급했다. A사 프로젝트에 참가한 국산 소프트웨어(SW)업체중 하나인 B사는 평소 차별화된 얼굴형상 자동인식 알고리듬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외시장 개척엔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수요처의 기술평가에선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회사 규모가 작은데다 현지에서의 기술지원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판로 확보가 어려웠다. B사는 그러나 A사와 함께 한 예멘 사업의 성공을 떳떳한 사업성과로 내세울 수 있었다. 추후 중동의 이웃 국가에 진출하면서 예멘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소개하자 B사에 대한 신뢰가 확인됐다. B사는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보, 예멘과 함께 중동시장 현지 기술지원 능력까지 확충하며 수출 비중을 조금씩 높여갈 수 있었다.

 SW산업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이와 같은 ‘선단형 수출 모델’에 모아지고 있다. 선단형 수출이란 대형 IT서비스 업체가 전자정부 등의 프로젝트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국산 SW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며 국내 중소 SW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전략을 말한다. 대부분 규모가 작고 해외 수출선례가 없어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SW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 제안됐다.

 ◇업계 “현실적인 대안”=선단형 수출은 무엇보다 품질 인정과 레퍼런스(선례) 확보의 발목에 잡혀 해외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SW기업이 해외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중소 SW업체들이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IT서비스업계와 손잡고 전자정부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나가야 할 것”이라고 화두를 제시해 많은 공감대를 확보했다. 유병창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내정자도 “SW 패키지와 IT서비스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전자신문이 국내외 SW업체와 기관의 임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SW업계 종사자들은 선단형 수출을 가장 이상적인 수출모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중 가장 많은 비율인 32%가 선단형 수출을 가장 먼저 꼽았다. ‘외국계 컴퓨팅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진출(26%)’과 ‘솔루션업체간 협업 수출(22%)’이 뒤를 이었다.

 ◇정책 구체화 고민중=정부는 최근 전자정부 시스템의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EDCF, 월드뱅크 등의 지원자금을 이용한 정부차원의 지원체계 강화를 논의했다.

 기업들이 각종 원조사업을 활용해 해외시장에 발을 들이는 첫 단계인 사전타당성조사(F/S)에 드는 1억원 가량의 자금을 일부 지원함으로써 이를 통한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한다는 전략이 거론됐다. 이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풀도 31억원 가량이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인 정통부는 아직 선단형 수출정책에 올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 정책을 집중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차식 신임 SW진흥단장은 “혼자 가기 어려우니 함께 가자는 의미에서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건만 주고 시스템 자체가 가동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SW의 글로벌화에 대해 무엇이 현실적인 해결방안인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단점 보완 의견도 만만찮아=선단형 수출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단을 구성하는 함선들의 수준이 믿을만 하지 못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제기된다. 선단형 수출에서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IT서비스 기업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선단형 수출은 이상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턴키 베이스의 수출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문제를 누가 책임지느냐가 문제다. 영세기업들이 사업 종료시까지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준에 못미치는 제품을 책임지면서까지 총대를 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무늬만 선단형이 돼서는 안된다는 SW기업의 지적도 많았다. EDCF사업에서 국산 제품의 비중이 80%로 권고되고 있지만 사실상 국산 SW가 함께 수출된 사례는 거의 없는 현실이다. IT서비스업체에 종속되는 구조도 약점이다. 배학 티맥스소프트 해외사업 총괄사장은 “선단형 수출의 와중에 국내시장에서와 같은 가격 조건으로 수출이 이뤄지면 추후 해외 진출때 낮은 가격이 사실상 발목을 잡는 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협력 통한 윈윈효과 필수적=선단형 수출에 대한 정부와 민간 인식의 현주소는 ‘총론에는 공감, 각론에는 이견’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단형 수출은 IT서비스기업과 패키지 SW업체의 협력이 해외 진출은 물론 SW산업 전반의 역량을 강화하는 밑거름이라는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올해 가장 촉망 받는 정책이슈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 SI기업으로 다양한 패키지 SW와 해외 진출을 협력해온 액센츄어의 도요셉 이사는 “SW의 성공요인인 차별성과 딜리버리를 모두 만족시키려면 SW기업과 IT서비스기업의 윈윈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CRM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씨벨도 초창기 밴처캐피털 그룹을 통한 액센츄어와의 협력부터 시작해 함께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차별성을 시장에 입증시킬 수 있었다. 마케팅과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SW기업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IT서비스업체간 윈윈은 성장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기고:선단형 SW 수출전략 성공의 전제 조건_티맥스소프트 배학 해외사업 총괄사장 

 국산 SW업체들 대부분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한계성으로, 막대한 자금이 드는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IT서비스업체가 전면에서 이끄는 선단형 수출 모델은 이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출방식의 성과나 혜택 여부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턴키 프로젝트 수출 건수나 총액 같은 외형 실적에만 비중을 두고 추진해선 안 되며 IT서비스업체와 SW업체의 입장을 면밀히 살펴 SW산업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 지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의미로 선단형 SW수출의 성공을 위해 사전에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 전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국산 SW제품 수출이라는 본래 목표에 충실한 보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에 구축된 전자정부 시스템 중에는 외산 SW제품이 채택돼 구축된 건들이 많았지만 이후 경쟁력있는 대체 국산 SW 제품들이 많이 개발됐다. 만약 외산 제품이 도입된 시스템을 해외에 그대로 수출할 경우, 해외 고객사 역시 국산 SW를 일부러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 SW업체들은 많은 수의 레퍼런스 확보가 해외 진출에 필수이며, 특히 IT기술이 앞선 우리 정부의 시스템에 검증된 사례야말로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IT서비스기업들은 동반 진출하는 국산 SW업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으로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대승적 입장에서 도와야 할 것이다. SW 제품의 수출시에는 기술인력 해외 파견에 따른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만약 국내에서와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납품된다면 중소 SW업체들이 당장의 채산성을 감당하기 힘들 뿐 아니라 향후 자체적으로 해외사업을 할 때 기공급된 가격 문제가 되레 발목을 잡을 위험성이 크다. 선단형 수출은 선단을 리드할 IT서비스업체들의 역할과 자세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므로, 이들의 해외사업 역량 강화와 함께 SW업체들과 종속적 관계보다는 윈-윈할 수 있는 모델로 협조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업체간의 입장을 현명하게 판단해 조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선단형 SW수출의 성공을 가름할 정부의 핵심 역할이라 하겠다.

 최근 인도, 중국 같은 개도국들이 무서운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지금 시점의 정부 정책 방향이야말로 어쩌면 한국 SW산업의 세계 무대에서 생존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으며, 10년, 100년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SW정책 관계자들이 본질적으로 SW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떠한 점에 비중을 둘 것인지 정책 수립 단계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hbae@tm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