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장 선임 노조 변수 돌출

 하이닉스반도체 노동조합이 20일 오춘식 부사장과 오계환 u-IT 클러스터 추진센터장에 대한 ‘불가론’과 함께 외부인사 영입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하이닉스 노조의 입장 천명으로 채권단의 차기 사장 인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노동조합(위원장 김준수·정종철)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과거 현대전자의 실패한 경영자는 이제 다시 우리의 앞날을 막으려 하지 말라”고 밝했다.

 이는 외부인사 중 과거 현대전자 출신으로 10여년 전 퇴직한 오계환 센터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조는 △ST마이크로의 노어플래시 해외공장 인수시도 △대만 프로모스와의 이해할 수 없는 전략적 제휴와 첨단기술 유출 △낸드플래시 개발전략의 오판과 최근의 적자전환사태 △공장 중국이전 협박으로 국민의 원성을 자초한 사태 등을 거론,오춘식 현 부사장에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임을 시사했다.

 김준수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부의 낙하산인사보다 내부인사가 대표이사로 선출되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며 “진정한 노사화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 확실한 전략과 비젼을 공유할 수 있는 실천형 리더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이같은 입장은 내부인사로는 최진석 전무를 선호하지만 외부 인사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과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유력 후보는 2강1약으로 사실상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본지 20일자 19면 참조

 이에따라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과 김종갑 전 산자부차관에 대한 인물검증 작업도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가 특정인을 제외한 외부인사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상 진대제 전 장관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지냈다는 전문성과 지명도를 활용한 새주인찾기 등에서 채권단이 가장 선호하는 1순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진 전 장관은 이제 경제인이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진대제 불가론’까지 나오고 있는 점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진 전 장관에 대해서는 펀드회사 처리 문제는 물론 하이닉스를 발판으로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 출신 CEO에 대한 하이닉스 임직원의 보편적인 거부감도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종갑 전 차관은 상대적으로 걸림돌은 적은 편이지만 진 전 장관에 비해 대외 지명도가 약하고 반도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여러가지 연유로 진 전 장관 낙점에 부담을 느낄 경우 가장 유력한 CEO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전 차관은 94년 불거진 현대전자 반덤핑 문제를 총괄했고 상계관세 협상의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마이크론 매각을 적극 저지하는 등 하이닉스반도체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김 전 차관은 반도체 공장 증설과 통상문제 등 대내외에 산적한 문제를 원만이 풀어갈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평가다. 또한 관료시절 맺어온 넓은 네트워크가 새주인찾기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하이닉스 발전에 ‘올인’할 수 있는 지와 덕을 갖추고 있어 진 전 장관과 달리 불가론의 대상이 되지는 않고 있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그러나 채권단이나 회사 모두 정계진출 불가를 최대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정계 진출 가능성이 있는 외부인사 대신 최진석 전무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여서 결과는 더 두고 보아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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